[알아봅시다] 갈림길에 놓인 `천연물신약`

글로벌 시장 1000조 규모… R&D로 공략 박차
적은 수출성과에 발암물질 검출
'천연물신약' 용어삭제·관리 강화
해외시장 연 8~10% 성장률 기록
제약 20여곳 55개 신약 개발 중
'아피톡스' FDA 임상 3단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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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갈림길에 놓인 `천연물신약`

[알아봅시다] 갈림길에 놓인 `천연물신약`


정부 지원에 비해 적은 성과, 발암물질 검출 등으로 한 차례 수난을 겪은 '천연물신약'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최근 정부는 생약제제 품목허가 규정에서 '천연물신약' 용어를 삭제하면서 관리기준을 높였고, 제약업계는 기존 내수용 제품을 넘어 해외에서 통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며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감사 이후 수차례 법 개정… 논란 속 '천연물신약'= 천연물신약은 자연 속 천연 성분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새로운 의약품을 말합니다. 작년 9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정감사에서는 천연물신약 지원 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7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실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정부가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천연물신약 개발사업에 1조4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수출성과는 약 6억원에 그쳤던 점과, 일부 천연물신약에 대한 약가우대 혜택, 2013년 일부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검출된 점 등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에 감사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주요 천연물의약품의 약가를 재평가하도록 지시했고, 올해 들어 천연물신약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은 약값을 최대 9.9%까지 자진 인하했습니다. 이밖에도 정부는 천연물신약 허가 기준 등에 대한 수차례의 법 개정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10월 식약처는 '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 신고 규정'에서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를 삭제했습니다.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 자체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 등에 남아있지만, 약사법의 허가 사항에서 관련 용어를 폐기한 것입니다. 이는 기존에 천연물신약이라고 불러왔던 약들은 약사법에서 지칭하는 '신약'처럼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 아니었고, 한의계는 기존에 있던 한약재에 제형이나 제조법, 규격 변경 등을 추가해 천연물신약으로 지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해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식약처는 앞으로 나올 천연물의약품의 패키지에도 천연물신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시에 생약제제 원료의 관리를 강화하고 발암물질 검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벤조피렌 등 잔류·오염물질 안전성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기준을 높였습니다.

◇ 글로벌 문턱 넘는 R&D 분주= 제약업계는 떨어진 천연물신약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천연물신약 대부분은 수출 실적이 미미하고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데 그쳤지만, 꾸준한 임상을 통해 근거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고 해외 기준에 맞춘 천연물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는 포부입니다.

글로벌 천연물 시장은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약 1000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연간 8~1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천연물신약을 연구개발 중인 기업은 약 20여 곳으로, 전체 238개의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천연물신약은 55개로 21.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바이오기업 아피메즈는 관절염 치료 천연물신약 아피톡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 3단계를 마치고 신약 신청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꿀벌의 독을 특수한 방법으로 정제해 개발된 신약 물질로,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 아피톡신이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 아피메즈는 다국적 제약사들과 기술수출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아에스티는 위장운동 촉진제 모티리톤(DA-9701)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은 이미 미국에서 2상을 완료해 3상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동아에스티는 파킨슨병 치료제 DA-9805도 미국에서 2상 임상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영진약품은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YPL-001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안국약품은 자사의 천연물신약 시네츄라의 미국 현지 2상을 진행 중입니다.

녹십자는 지난 8월 관절염치료제 신바로가 무릎골관절염뿐 아니라 수지골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4상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를 통해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계열사인 녹십자웰빙을 통해서는 항암보조제 BST-204의 독일 2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도 천연물 시장을 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FDA가 지난 2004년 천연물의약품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이후 지난해까지 400여 개 천연물신약 후보가 미국에 임상을 신청했습니다.

2006년 허가받은 미국 천연물신약 1호인 생식기 사마귀 치료제 베러겐은 연간 1700만달러, 2012년 허가받은 설사치료제 폴리작은 연간 1800만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사티벡스가 지난 2012년 기준 1100만달러 매출을 올렸습니다. 오랫동안 천연물 성분을 약으로 사용해온 중국은 '중약'의 세계화를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현대 의약 이론에 근거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편 천연물의약품 시장 규모 및 비중은 미국의 경우 전체의 0.01%인 175억달러, 유럽은 1.1%인 21억달러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며, 중국은 23%인 186억달러 규모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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