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뇌질환과 `침 치료법`

최병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MRC 건강노화 한의과학 연구센터 책임)

  •  
  • 입력: 2016-12-20 17:00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의과학 칼럼] 뇌질환과 `침 치료법`
최병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MRC 건강노화 한의과학 연구센터 책임)


뇌질환은 사망률이 높을 뿐 아니라 일단 한 번 발병하면 심각한 후유증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환자와 가족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또 장기적 치료가 필수적이므로 경제적 부담 또한 커진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뇌질환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침(鍼) 연구 분야다. 예를 들어, 전 세계 130여 개국의 의료전문가로 구성된 비영리 비정부 기관인 코크란 데이터베이스(Cochrane Database)는 최근 다양한 뇌질환으로 인한 운동기능 장애, 인지기능 장애, 우울증 등의 신경성 병변장애를 개선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써 침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즉 침 치료를 현대 노령화 사회에 증가하는 뇌질환에 적용 가능한 부작용 없는 효과적 보완대체 치료법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타 만성질환으로의 적용범위 확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에게 친근한 침은 오랜 역사를 가진 한의학의 주요 치료수단으로 다양한 질환에 널리 적용되어 왔다. 침 치료 과정 중에는 '수기(手技)'라는 것이 있다. '수기'란 질환에 따라 적절한 경혈을 선택하여 자침(刺鍼)한 후 치료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손으로 침을 돌리거나 튕기는 등의 적절한 자극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수기법이 임상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됨을 통해 침 치료에서는 경혈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자극 방법도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물리치료법에서 사용하는 전기장, 자기장, 초음파, 레이저 등의 자극으로 전통적인 수기법을 대체하기도 한다. 이 중 전침요법은 뇌졸중을 비롯한 뇌질환에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많은 의생명과학자들은 이러한 수기법 및 대체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들에 의한 경혈 부위의 국소적 체표 자극이 들신경세포 경로(afferent nerve pathways)를 거쳐 척수와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 활성을 유도하는 신경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침 및 전침 연구 경향을 살펴보면, 침 자극에 의한 중추신경계 특히 뇌 속의 신경생장인자(neurotrophic factor)의 형성 및 활성 증가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회, 족삼리, 대추, 삼음교 등의 경혈 자극에 의해 신경생장인자 중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교세포유래신경영양인자(GDNF), 신경생장인자(NGF) 등의 활성증가가 유도되는데, 그 결과 뇌졸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치매 등 다양한 뇌질환은 물론이고 통증, 우울증, 기타 재활 치료 등에도 유효한 작용을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치매 중 알츠하이머치매 다음으로 흔한 질환인 혈관성 치매 동물모델에 백회혈과 대추혈에 전침을 자극했을 때 공간기억과 단기기억 등과 관련된 심각한 인지기능 저하 증상이 현저히 회복됨을 확인했다. 이는 전침 자극에 의해 ①신경생장인자 중 뉴로트로핀-4/5(neurotrophin-4/5)의 현저한 증가 ②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의 증식활성과 희소돌기아교세포로의 분화 촉진 ③뇌의 백색질 손상으로 줄어들었던 초염기성단백질(myelin basic protein)의 증가 과정이 차례로 일어난 결과였다.

이러한 최근 연구 결과를 한 마디로 총괄하면, 침 치료는 뇌 속의 뇌유래신경영양인자, 교세포유래신경영양인자 등과 같은 신경생장인자의 형성과 활성을 촉진하는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경혈 자리에 대한 침 자극은 뇌 속의 신경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세포의 신경생장인자의 형성을 증가시키는데, 이 신경생장인자는 분비하는 세포 자신 뿐 아니라 인접세포로 분비되어 신경세포를 보호하며 나아가 신경줄기세포의 생장, 분화 등을 촉진하여 뇌질환에 대한 치료효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 경락 이론은 14개의 선인 경락과 그 위에 360여개의 경혈이 분포돼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이에 근거해 다양한 질환별로 다양한 경락과 경혈을 조합해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상이한 질환에서도 유사한 경혈 혹은 경혈 조합을 자극함으로서 적절한 임상효과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경혈의 자극이 뇌의 신경생리학적 변화를 유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신경생장인자의 형성 및 활성을 촉진시킨다는 일반적인 원리를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일반적 작용 기전의 발견은 안전성뿐만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 또한 높은 침구요법을 적용할 수 있는 뇌질환의 범위를 점점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혈관성 뇌질환 휴유증으로 인한 불건강한 노화 문제 해결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