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디지털산책] `연구개발 성과지표` 개선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20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연구개발 성과지표` 개선해야")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성과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고 매년 노벨수상자 발표 때마다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GDP 대비 R&D 투자비중이 세계 1위인데, 이에 걸맞는 과학기술 업적이 미흡하다는 질타로부터 사업화 실적이 저조하다는 비판과 연구개발 수행체계 개편까지 거론되고 있다. 연구개발사업의 생산성은 R&D 투자 대비 수행결과의 수준을 의미하고 과학적 성과, 기술적 성과, 경제적 성과로 구분되지만, 한마디로 논문, 특허, 기술이전으로 귀결된다. 무엇보다 고비용·저효율이라고 평가받는 과학기술분야의 생산성을 본질적으로 검토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은 국가 연구개발사업 투자의 27%를 점유하는 R&D 조직이다. 설립 목적에 따라 기계, 정보통신, 생명과학, 에너지, 원자력 등 분야와 기초연구, 융합기술, 산업기술, 측정표준, 기업지원 등 기능도 다양하다. 과학기술 50년 역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동일한 지표로 평가받은 결과가 마치 전체 연구개발사업 성과를 대변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더욱이 25개 출연연구기관의 안정적 연구사업 비율이 크게 차이나고, 부처별 고유 정책사업 추진과 경쟁적 과제수주 PBS 환경을 감안하면, 기술기획 출발부터 R&D 성과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평가체계는 획일적이다.
연구개발단계별 투자 현황을 보면, 2015년 기준, 전체 사업은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에 각각 32.3%, 18.9%, 48.8%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에 BT와 NT는 기초연구에 50.8%, 49.6%, IT는 개발연구가 66.3%로 상대적으로 높게 차지하고 있다. 출연연구기관이 실제 수행하고 있는 연구과제의 R&D 단계를 비교하면 편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와 같이 분야별 성과목표와 연구단계가 다르므로 일반적 지표로 모든 출연연구기관들의 연구결과를 비교하는 것은 오히려 특성화된 연구성과를 왜곡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편, R&D 현장에 있는 과학자들의 가장 부담되는 고민은 기술생애 측면의 연구개발 단계이다. 정보통신방송, 산업기술, 에너지 분야의 사업계획서 양식에 기초연구부터 시작품제작, 사업화에 이르는 9단계의 기술준비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가 포함돼 있다. 다른 분야에도 논문 건수, 시제품 출시, 사업화 성공률 등 유사한 성과지표 항목이 들어 있다. TRL은 연구개발 수행자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단위의 중대형 프로젝트가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응용연구 과제의 경우, 기초연구 또는 제품화 항목의 빈 칸을 채우지 못하면 마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TRL 단계를 추가해 자원을 낭비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효율성을 위해 출연연구기관의 고유기능, 연구영역, R&D 단계, 예산구조 등의 특성을 고려하여 성과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즉 기존 생산성 개념을 연구개발 성과, 사업화 성과, 시장 성과로 구분해 주체별로 평가하고, TRL은 대폭 보완하거나 해당 과제에만 적용토록 사업계획서 양식도 변경돼야 한다. 그리고 시너지 효과라는 명분하에 산학연이 공동 참여하여 기초연구부터 사업화까지 패키지로 수행되는 묻지마 방식의 혼합 추진체계도 새롭게 검토돼야 한다.
이제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 연구개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모두 공감하고, 기초과학연구원도 설립돼 R&D 단계별 사각지대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또한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주제와 영향에 사회문제 해결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 50주년을 자성의 목소리와 뜨거운 열정으로 마무리하면서, 다음 100주년에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구현해 글로벌 경제사회를 주도할 것이라는 희망을 담아본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