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카이프를 인수한 것은 2011년이다. 인수 당시부터 최근까지만 해도 MS의 스카이프 인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윈도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한 PC 플랫폼이 중심인 MS의 이런 행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에 대한 해답을 준 발표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MS의 미디어 행사에서 있었다. 해리 셤 MS AI(인공지능)리서치그룹 수석부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와 같은 AI 기술이 지능지수(IQ)는 물론 감성지수(EQ)를 가지고 인간을 좀 더 이해하는 AI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어지는 세션에서 MS는 스카이프 상에서 매일 수억만 건의 통화 건수와 30억 분 이상의 통화 시간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스카이프 인수는 바로 코타나라는 AI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던 셈이다.
스카이프를 통해 발전시킨 MS의 AI 역량은 챗봇 서비스로도 이어졌다. 현재 중국어(샤오이스), 일본어(린나), 영어(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권에 걸친 챗봇 서비스로 윈도 플랫폼 내 생태계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많은 사람들은 트위터 인수전에 왜 세일즈포스닷컴이 뛰어들었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영업관리 프로그램 개발업체가 SNS 업체를 인수해서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 이전에는 야후와 네이버, 카카오의 수익 모델에 이해하지 못했다. 무료로 제공하는 카카오톡 서비스로 대체 어떻게 기업이 지속됐는지에 대한 이해도, 관심도 부족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인 데이터는 '무기'가 되었고 성장동력이 되어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내놓는 촉매제가 됐다.
한 국내 IT 업계 원로인사는 "실리콘밸리와 우리나라의 차이가 벤처 문화는 물론 지금 스타트업 환경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는 처음 기술 개발이나 창업 단계부터 '이 기술을 누가 구매해 사용할까'를 고민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수요자를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해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더 좋은 기술 개발에 나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여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진다. 반면 국내 사정은 어떤가. 온갖 규제 속에 아이디어는 사장되고, 창업자는 기업을 영영 자신의 것으로만 생각할 뿐 시장에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인수합병 뒤에는 '큰 그림(Big Picture)'을 향한 뚝심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뚝심을 믿고 응원해 줄 참을성이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이재운기자 jwle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