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석 네이버파파고 리더
![[발언대] AI시대 기계번역의 미래](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1902102269607001[1].jpg "[발언대] AI시대 기계번역의 미래")
최근 여러가지 인공지능이 탑재된 서비스들이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필요한 순간에 음성과 같은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로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해주는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 시대가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 어려운 외국어를 통역해주는 기계번역 기술도 인공지능이 들어간 기술들 중 하나로서, 일상에서 사용하는 친숙한 기술이 되어 가고 있다.
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데, 일본 여행에서 통역앱을 사용해 음식주문이나 쇼핑뿐만 아니라 라이브 바에서 좋아하는 노래도 요청해서 들을 수 있었어."
그는 이번 일본 여행이 통역앱 없이 갔던 지난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좋은 추억된 여행이 됐다고 했다.
직업상 긴박하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경찰관으로부터도 통역앱이 어려움에 처한 외국인에게 도움을 주는데 요긴하게 사용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중국여행 다녀온 친구에게 받은 선물에 온통 중국어로 된 설명뿐이라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제는 중국어 글자를 사진으로 찍고 문자인식 기술을 통해 텍스트를 변환, 한국어로 편리하게 보면 된다.
대부분의 기계번역 기술은 대규모 데이터로부터 자동으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번역기 학습용 데이터를 병렬코퍼스라고 부르는데, 한국어-영어 번역기 학습데이터라면 '나는 학교에 갔다.', 'I went to school.'과 같이 두 개의 언어에 대한 문장쌍이 대규모로 필요하다. 최근에 인공신경망 기반의 번역방식(Neural Machine Translation, 줄여서 NMT)이 등장하면서 기계번역의 품질이 대폭으로 개선됐다. 기존에는 한 개나 몇 개의 단어들의 대역어와 그 확률값을 학습한 뒤에 번역하는 방식이었는데, NMT의 경우 문장 전체 정보를 벡터형태로 변환하고 그 값을 바탕으로 번역을 수행한다. 문장 전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벡터에는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의미, 어순, 구조 정보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몇 개의 단어들만 가지고 번역하는 방식보다 훨씬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번역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2016년 후반부터 NMT기반의 번역서비스가 시작됐고, 앞으로 NMT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 훨씬 품질 좋은 번역이 기대된다.
현재도 독일의 카를스루에(Karlsruhe) 공과대학교에서는 강의시간에 교수님이 독일어로 강의를 하시는데, 학생들은 특정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교수님의 강의가 번역된 텍스트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발표자가 국제 콘퍼런스에서 영어로 발표하면, 청중들은 실시간 통역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모국어로 들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영어로 발표하는 대신, 한국어와 같이 자신의 모국어로 국제 콘퍼런스에서 논문을 발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목걸이 모양이나 이어폰 모양의 웨어러블자동통역기도 개발이 됐다.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형태와 통신이 안 되는 곳에서도 통역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먼 미래에는 로봇 형태의 통역비서가 나를 따라 다니면서 통역이 필요한 순간에 나서서 나의 말을 통역해 주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사교육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영어', '중국어'와 같은 외국어 학원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 통역기술의 발전은 사교육비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것이다.
구글의 슈미트(Schmidt)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정보 공유가 문맹을 없애고 부정부패를 청산해 민주주의를 굳건히 할 것이다. 또한 번역 프로그램 덕에 언어 소통의 불편이 사라지면서 서로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 심지어 전쟁도 피할 수 있다."
좋은 기계번역 기술은 국가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인적 교류를 늘려서,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행복과 평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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