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김승룡 칼럼] 고집과 소신 사이… 답은 국민에 있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김승룡 기자 srkim@dt.co.kr | 입력: 2016-12-18 17:10
[2016년 12월 19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김승룡 칼럼] 고집과 소신 사이… 답은 국민에 있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대부분 국민이 보기에 참으로 답답하고 황당하기 그지없는데도, "저 정도면 고집이 아니라 소신 아냐?" 하는 우스갯소리가 절로 나온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전 청와대 인사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지켜보고 있자니 터져 나오는 한숨을 참을 수 없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전 청와대 주요 인사들을 비롯해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정치인까지 국민 모두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고집이 센 모습을 보여줬다. 고집인지, 아니면 아집인지, 아니면 봉건시대나 있을 법한 주군에 대한 충성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 자기 소신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결과적으로 국민의 뜻, 즉 민심을 읽지 못하면 국정을 운영하는 자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초점을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판에서 국내 방송통신 산업으로 옮겨보자. 이 곳에서도 역시 민의(民意)를 읽지 못한 정부의 고집스러운 정책이 부지기수다.국민은 정책이, 관련 법·제도가 잘 못됐다고 끊임없이 항의하고, 불만을 터뜨리는데 정책 당국은 고집인지, 소신인지 도통 민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2014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도, 이를 쓰는 소비자도 모두 이익은 없고 손해만 보게 하는 법이라며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목소리가 2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단말기 보조금 과열 경쟁에 따른 보조금 차별을 없애 국민 행복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어찌 된 일인지 국민은 행복보다는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 단통법 시행 후 국민은 고가의 스마트폰을 평등하게 제 돈 주고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으니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길이 막힌 소비자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조사는 스마트폰이 제대로 팔리지 않아 고민이고, 판매 대리점들은 손님이 줄어 폐업하기 일쑤였다. 이 법의 문제점은 시장경제 체제의 핵심인 경쟁을 통한 소비자 이익 극대화라는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불법 보조금을 잡겠다고 기업에 모두 같은 보조금을 주라고 강제하니, 시장에선 경쟁할 일이 없어졌고 시장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음성적 불법 보조금만 더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정부는 법 시행으로 가계 통신비가 내려가고, 소비자 차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외치고 있지만, 긍정보다는 부정적 효과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거세다. 시장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에 가격 혜택을 제공하지 못한 반 시장 정책이라는 숱한 지적에도 정부는 소신 아닌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의를 져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내년 2월 지상파 UHD 본방송 시작도 정부가 고집을 부리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아직 국제적인 표준도 없고, UHD 방송을 내보낼 지상파 방송사들은 투자 자금도 많이 않다. 볼만한 UHD 콘텐츠도 많지 않고, 방송을 볼 수 있는 UHD TV 등 수신환경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내년 2월 지상파 UHD 본방송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게 방송통신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실제 지상파 방송사 내부에서조차 무리한 일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2월 무조건 방송을 시작하겠다는 소신 아닌 고집을 부리고 있다. 잘못된 소신이 정책 실패와 국민의 조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역사가 조선 임금 가운데 세종대왕에 유일하게 '대왕'이라는 호칭을 부여하고, 세종대왕을 칭송하는 것은 그가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정책적 공을 세운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백성을 사랑하는 '민본'(民本)을 정책 실현의 최우선 철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적 소신이 아니라면 그것은 고집이나 아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국정을 운영하는 자들이 진정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다면 세월호 같은 참사는 없었을 것이고,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연예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