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1호 연구원'… 40년 인연맺은 산증인
총 700여건 연구성과 사업화 '싱크탱크' 역할
정밀·바이오화학·탄소자원화 '원천기술' 확보
차세대 자동차용 융복합·IT 소개 개발 '박차'
총 700여건 연구성과 사업화 '싱크탱크' 역할
정밀·바이오화학·탄소자원화 '원천기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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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T 초대석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장
"지금까지는 석유화학 중심의 화학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키워 왔습니다. 다가오는 신기후체제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밀화학, 바이오화학, 탄소자원화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아 '화학강국 코리아'의 명성을 이어 나가야 합니다."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장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과거 석유화학 중심으로 성장해 온 산업 패러다임을 탈피해 우리가 취약한 화학소재와 미래성장 분야인 정밀화학, 바이오화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석유화학 도시인 울산에 설치한 융합화학연구본부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린정밀화학연구센터, 화학산업고도화센터,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 등을 설치했다. 또 재료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등과 협력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활용할 새로운 성능의 디바이스 소재 개발을 위한 화학융합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신기후체제인 파리기후협약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자원화연구소'도 새로 만들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유용한 자원을 화학적 방법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원장은 '화학연 1호 연구원'으로 입사해 지난 2014년 정년퇴직한 후 전문연구위원 신분으로 연구를 해오다 그 해 10월 화학연 원장에 선임됐다. 박사과정과 박사후연구원 기간을 포함한 7년의 미국 생활을 제외하곤 화학연과 40년을 인연을 맺어 온 산 증인이다. 자신이 몸담아 온 연구원에서 40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면서 미래 50주년을 준비하고 있는 이 원장을 만났다.
-지난 9월 연구원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소회가 어떤지.
"제가 입사한 1977년에는 연구원이 서울 동숭동에 있었다. 이듬해 대전에 건물을 지어 내려와 기숙사 생활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벌써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특히 화학연에 입사한 1호 연구원이자 기관장으로서 올해 40주년을 맞으니 정말 뜻깊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다가올 50주년, 100주년을 향한 미래 비전을 세우는 데 기관장으로 참여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화학연의 새로운 비상을 관심 있게 지켜봐 줬으면 한다."
-지난 40년 동안 화학연이 걸어온 길은.
"1976년 9월 2일 서울 동숭동의 작은 임시사무소에서 출발한 화학연은 현재 1000명에 이르는 석·박사 고급 인력이 대전 본원과 울산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화학 전문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원천기술 개발부터 화학 인프라 구축, 인재양성,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및 전략 수립 등 국가 화학산업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이러한 발전과 성장을 기념하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지난 9월 1일 가졌다.
화학연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인재경영을 바탕으로 탁월성, 실효성, 개방성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고, 인류 앞에 놓인 전지구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연구개발을 해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과 국민 행복,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도약, 국가 화학산업의 주역 역할을 다할 것이다."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새 비전을 발표했는데 어떤 의미를 담았는가.
"새 비전은 '우리를 위한 화학(Chemistry for Us), 지구를 위한 화학(Chemistry for EARTH)'으로 정했다. 우리 모두의 행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돕는 화학기술의 긍정적 가치와 화학연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담았다. 특히 'Chemistry for Us'의 'Us'는 화학의 본질적 가치이자 사명인 'Utilization(유용성)'과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의 약자다. 유용성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화학을, 지속가능성은 인류의 지속적 발전과 번영을 위한 화학을 각각 의미한다. 'Chemistry for EARTH'의 'EARTH'는 △신기후체제 대응과 에너지 자립(E) △지속 가능한 수자원 확보와 식량해결(A) △국가 전략소재 확보 및 자원순환(R)△미래사회 스마트 소재 혁신(T) △질병 정복과 국민안전 확보(H)의 약자로, 화학연이 앞으로 해야 할 5대 핵심분야를 뜻한다. 이러한 비전을 근간으로 인류가 직면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 모두의 행복한 삶을 이끌어 가는 세계적 화학 전문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것이다."
-국가 화학산업 발전에 기여한 성과를 꼽는다면.
"우리나라 화학산업은 2014년 생산규모를 기준으로 세계 5위를 차지하며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분야로 성장했다. 화학연은 창립 이후 정밀화학제품의 원료인 '폴리부텐', 첨단화학 소재 '폴리이미드', 에이즈 치료제 '아지도민', 환경친화적 제초제 '메타미포프' 등을 탄생시키는 등 지금까지 총 700여 건의 연구성과를 산업체에 이전해 사업화되도록 했다. 지금까지 누적 매출액 8조7000억원, 산업인력 7000여명 배출,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등 국가 화학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다. 아울러 화학계의 '싱크탱크'이자 '산학연 협력 연구개발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 왔다."
-50주년을 내다보고 집중할 분야는.
"현재 우리는 신기후체제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면해 있다. 화학연은 화학을 기반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인류의 존속과 미래 행복을 위한 연구를 해 나갈 것이다. 신기후체제 대응 및 에너지 자립 분야에서는 탄소자원화와 에너지 소재, 융합화학공정 개발에 주력할 생각이다. 또 지속 가능한 수자원 확보와 식량 해결을 위해 에너지 자립형 해수자원화와 친환경 스마트 농업에 집중할 것이다. 미래 전략소재 확보와 자원 순환에 있어서는 고부가가치 전략소재 산업 육성과 희소자원 확보에 노력할 것이다. 미래 자동차용 융복합 소재와 차세대 IT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질병 정복과 국민안전 확보를 위한 정밀의료 실현과, 신종질병, 화학사고 예방·대응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래 화학산업의 새로운 지형을 제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화학산업의 근간이 마련되도록 힘을 모으겠다."
-융합연구의 핵심은 화학이다. 융합연구 현황과 향후 계획은.
"화학연은 출연연간 및 산학연 연구협력의 허브로서 국가 현안 해결과 미래 신산업 창출을 위한 융합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정부출연금의 15% 가량을 융합연구에 쓰고 있고, 다른 출연연과의 기술교류를 통해 새로운 융합연구 테마를 발굴하고 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원하는 융합연구단 2개의 주관기관을 맡아 석유화학 공정기술 상용화와 신종 바이러스 대응 솔루션을 확보에 힘쓰고 있다. 석유화학 공정기술 상용화를 위한 화학공정 융합연구단(CCP)은 연구회 1호 융합연구단으로 최대 6년간 6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를 한다. 신종 감염증 예방·진단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융합연구단(CEVI)은 9개 출연연이 참여하는 융합연구를 통해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된 신종 질병 솔루션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중소형 융합연구도 펼칠 계획이다."
-신약개발 연구 현황과 목표는.
"의약바이오 연구 부문에서 몇년 전부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이즈 억제제인 '아지도민'과 박테리아성 질병 치료제 '이미페넴' 제조 기술을 개발했고, 암, 비만, 당뇨, 골다공증 등 각종 질병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산업체에 기술이전 했다. 최근에는 항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에 기술이전 했고, 대장암 치료를 돕는 후보물질도 국내 제약사에 기술이전 했다. 지난 7월에는 보령제약에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에스티팜에 새로운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을 각각 이전해 어느 때보다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산연협력을 통해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치료제를 연구할 뿐 아니라, 신종질병 확산에 대응하는 연구개발, 아프리카를 포함한 저개발 국가의 소외질병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연구협력도 넓혀가고 있다."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탄소자원화가 선정됐는데 화학연의 역할과 전략은.
"지난해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해야 한다. 화학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온실가스를 유용한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탄소자원화'가 필요하다. 탄소자원화는 이산화탄소, 메탄, 일산화탄소 등 버려지는 온실가스나 부생가스를 석유와 석탄의 대체자원으로 활용해 화학제품과 청정 연료를 만드는 기술이다. 화학연은 국가 탄소자원화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기 위해 올해 '탄소자원화연구소'를 신설했다. 현재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메탄올, 에탄올 등 액체연료를 생산하는 기술과, 폴리올 등 고부가 소재를 생산하는 기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메탄올 생산기술은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활용해 청정 연료인 메탄올을 대량 생산하는 원천기술로, 지난해 국내 최초로 하루 10톤의 메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실증 플랜트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탄소자원화 국가전략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원천·기반기술 확보와 실증화 및 전략·정책 개발 등 연구개발 허브로서 역할을 할 계획이다."
-화학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방안은.
"화학산업의 과거 성장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미래 신성장모델을 새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50년간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추격형 성장모델로 성장해 왔다. 이런 성장의 중심에는 화학산업이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술과 산업 융합 중심에 화학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화학산업이 강해져야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갈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3D프린팅, 신소재, 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대부분이 화학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화학연은 화학과 융합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 혁신기술 개발과 산업화의 중심 역할을 해 나가겠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 학력
-1975년 서울대 공대 응용화학(학사)
-1977년 한국과학기술원 응용화학(석사)
-1984년 미국 아이오와대 화학 및 재료공학(박사)
◇ 경력
-1984∼1987년 미 신시내티대 분리막연구센터 연구원
-1987∼2014년 화학연 선임연구원, 분리막소재연구실장,
응용화학연구부장, 전문위원
-1993∼1994년 일본물질공학연구소 초빙연구원
-1996∼2006년 대한화학회 이사, 공업화학분과 회장
-2000∼2005년 국가지정분리막다기능연구실 연구책임자
-2001∼2008년 한국고분자학회 이사,
대전충청지부장, 부회장
-2002∼2010년 고려대·연세대 객원 및 겸임교수
-2002∼현재 대덕클럽 부회장·회장·명예회장
-2002∼2003년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
-2002∼2005년 한국막학회 부회장·회장
-2006∼2011년 바른과학기술실현을위한국민연합 공동대표
-2015∼현재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
◇ 상훈
-1993년 일본정부 연구상
-1999년 대통령 표창
-2001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2008년 이탈리아 정부 최고 공로훈장
-2013년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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