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채택 40명중 절반 이상
23명 국회증인대 출석안해
"증인 불참 강제구인 한계
실형선고 처벌수위 높여야"
23명 국회증인대 출석안해
"증인 불참 강제구인 한계
실형선고 처벌수위 높여야"
■국정조사 2차 청문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가 핵심 증인들의 불참으로 '맹탕'으로 흐르면서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를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번 국조 청문회는 재벌 총수 9명이 한 자리에 불려 나오는 등 증인 채택이나 규모 면에서 과거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슈퍼청문회'다. 특히 검찰이 밝히지 못한 현직 대통령의 각종 의혹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6일과 7일 이틀간 열린 1·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40명 중 절반 이상인 23명이 국회 증인대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들 중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사람은 '건강상' '재판 및 수사' 등을 사유로 써냈으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최순실 씨 딸 정유라,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고 무단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특히 사유서를 써낸 증인 중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사생활 침해'를, 최순실씨 조카인 장승호씨는 '유치원 학부모 미팅 일정'을 불출석 사유로 들어 청문회가 청문회를 가볍게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우 전 수석과 그의 장모는 거주지를 이탈해 '증인 출석 요구서 미수령'이라는 꼼수를 써 출석을 회피했다. 국회 직원들이 7일 서울뿐 아니라 제천 등 지방까지 찾아가며 우 전 수석과 그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의 동행명령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2차례 기관보고는 물론 이틀간의 청문회에서도 핵심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자 김성태 특조위원장은 "최순실 등 의한 국정농단 조사인데 최순실이 참석하지 않아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고 한다"며 "국정농단 인물들이 얼마나 후안무치·안하무인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2차 청문회 속개 즉시 최순실 일가, 문고리 3인방,우 전 민정수석 등 11명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최순실씨 등은 동행명령장에도 응하지 않았다.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만이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증인감정법에 따르면 증인이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버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지금까지 국정조사 불출석 증인에 대해서는 500만∼1000만 원 정도로 약식기소되는 선에서 그쳤다. 2013년 청문회에 불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경우 각각 벌금 500만 원, 1000만 원이 선고됐다.
불출석 증인에 대한 국회 동행명령권은 강제력이 없고 거부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사례는 딱 한번 뿐이었다.
2014년 2월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국정조사에서 구속 수감중이던 조 모 광고대행업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증인들이 이같은 제도적 장치의 허술함을 믿고 버티는게 아니냐는게 대체적 시각이다. 구속 수감된 최순실씨 등은 수많은 혐의로 수년의 징역형을 받을게 확실한 상황에서 불출석으로 벌금형 정도 더하는 것은 압박 카드가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또 법을 잘 아는 우 전 수석의 경우 '빠져나갈 구멍'은 다 만들어 놓고 배짱을 부리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같이 강제성 없는 국정조사 특위에 대한 불신은 국민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7일 우 전 수석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에서 '국민이 잡는다, 우병우 감옥 가자'라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구인 및 긴급 체포를 요청했다.
이처럼 국정조사 불참 증인에 대한 강제구인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처벌 수위를 높여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사안이 중대함에도 국정조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하면 법원에서 국회 모욕에 무게를 실어 벌금형이 아닌 실형을 선고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회가 증인 출석을 요구할 때 그 사유로 '학부모 미팅'을 드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여야가 꼭 필요하다고 합의한 핵심 증인으로 제한해 강제구인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상에는 1·2차 청문회에 대해 "빈껍데기 청문회" "청문회 스타 하나 배출 못했다" "이럴거였으면 왜하나" "특검에 결국 맡겨야하나" 등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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