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숨을 쉬는 '코' 역할을 하는 기공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곽준명 그룹리더 연구팀은 애기장대의 공변세포(한 쌍이 마주붙어 기공을 이루는 세포) 칼슘채널에서 'GLR3.1/GLR3.5'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 단백질의 작용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공변세포는 빛이나 수분, 이산화탄소, 온도 등 다양한 환경 조건에 반응해 기공을 열고 닫는 역할을 수행한다. 공변세포 세포막에 존재하는 칼슘채널이 열려 칼슘이온이 들어오면 세포신호 반응을 거쳐 세포 내 삼투압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공변세포 속 수분이 밖으로 빠져 부피가 줄어 기공이 닫히는 원리다.
이처럼 공변세포 내 칼슘이온 농도는 기공을 닫는데 관여해 식물의 수분 유출을 막는다. 하지만 칼슘이온의 통로인 칼슘채널을 이루는 단백질의 작용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GLR 단백질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칼슘채널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20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을 모델식물인 애기장대 잎에 처리했다. 그 결과, L-메티오닌 아미노산이 GLR3.1/GLR3.5로 이뤄진 칼슘채널과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GLR3.1/GLR3.5 두 단백질을 제거한 돌연변이 공변세포에는 L-메티오닌 아미노산을 처리한 결과, 칼슘이동에 따른 전류가 검출되지 않았다. L-메티오닌이 GLR 단백질로 이뤄진 칼슘채널을 열리게 해 세포 내로 칼슘을 유입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GLR3.1/GLR3.5 단백질이 없는 돌연변이 애기장대는 식물의 칼슘이 부족해 생기는 배꼽썩음병 증상과 유사한 칼슘 부족에 의한 세포 괴사가 일어나는 것을 관찰했다. GLR3.1/GLR3.5 단백질이 기공 개폐 조절은 물론 세포분열이 왕성한 조직에 칼슘을 제공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식물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데 역할을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곽준명 그룹리더는 "GLR3.1/GLR3.5 단백질이 식물 세포 내 칼슘 농도 조절에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기공 개폐 조절과 식물 성장 및 발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셀 자매지 '셀 리포츠(6일자)'에 실렸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GLR3.1/GLR3.5 단백질이 세포 내 칼슘 및 식물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 모식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