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디지털산책] 과학기술 일관된 정책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06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과학기술 일관된 정책 필요하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무인자율자동차, 빅데이터 등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은 제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가고 있다. 미래사회변화에서 과학과 ICT가 가장 중요한 동인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과학과 ICT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지만 그 중 국가 최고지도자의 관심과 이해, 비전 또한 결코 빠트릴 수 없다.
1961년 존 F.케네디 미대통령은 역사적인 의회연설을 하면서 우주계획의 비전을 밝힌다.
"나는 60년대가 끝나기 전에 인간을 달에 보내고 다시 안전하게 지구로 내려오는 목표를 정하고 여기에 매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겠다는 준비와 각오가 없다면, 환영하고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는 오늘 결정해야 합니다."
냉전시대 먼저 우주정복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었다. 소련은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 발사에 성공했고, 1961년에는 유인우주선을 발사해 지구궤도에 올려놓았다. 소련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108분 동안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비행에 성공하자, 당시 미국인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국면을 바꿔놓은 것은 한 사람의 최고지도자였다. 케네디 대통령은 인간을 달에 보내고 돌아오게 한다는 이른바 [Man on the Moon 프로젝트]를 발표해 미국인들에게 우주과학에 대한 꿈과 비전을 제시했다. 비록 케네디 자신은 그 꿈이 이뤄지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한 명의 국가지도자의 비전으로 시작된 우주계획은 후임인 민주당 존슨 대통령과 공화당 닐슨 대통령에게 계승됐다. 결국 1969년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의 달 착륙으로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경쟁에서 단숨에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30일 중국의 최고권력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과학자 4000명이 모인 가운데 중국의 과학굴기를 선언했다. 중국과학기술혁신대회, 중국과학원 및 중국공정원 원사대회, 중국과학기술협회 전국대표대회가 동시에 열린 행사에 참석한 시주석은 신중국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을 과학기술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은 2020년까지 과학기술 혁신국가가 되고, 2030년까지는 혁신국가의 선두에 서며, 2049년에는 과학기술 최강국이 돼야 한다"며 단계적 목표를 제시했고, 과학기술자는 국가의 자산이자 인민의 자랑이라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주석의 이러한 비전은 전임 장쩌민 주석의 '과교흥국(科敎興國)', 후진타오 주석의 '혁신국가 건설'비전을 계승하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공통점은 둘 다 과학을 중시하고 국가비전을 제시한 최고지도자라는 사실이다. 미래변화를 이어갈 과학과 ICT의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적 연구개발, 지속적 투자, 국민대중의 성원 등이 필요하지만 국가 최고지도자의 의지와 비전 없이는 결실을 거둘 수 없다. 어쨌든 내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다른 많은 이슈도 중요하겠지만 후보자들의 과학비전은 반드시 눈 여겨 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학·ICT 정책에 달려 있으며 국가 최고지도자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관심을 쏟는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는 승계되지 못하고 5년짜리로 끝나버리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의 혁신정책은 MB정부에서는 녹색성장으로 대체됐다. 현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지고 창조경제가 새로운 국정방향으로 설정됐다. 혁신,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의 정책은 나름대로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정책이며, 10년, 20년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의 키워드와 색깔을 지우고 새롭게 리셋하는 구조로는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좋은 정책은 계승돼야 한다. 목욕물 버리다가 아기까지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5년짜리 국가정책의 악순환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국가 최고지도자는 과학기술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적어도 과학기술분야만큼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국가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비전이 아니라 국가비전을 만들어야 인공지능시대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정권의 미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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