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내홍 수습 국면 맞아
최순실 사태 이후 첫 한목소리
야 3당 대표, 탄핵안 처리 이견
'9일 표결' 여부도 추후 논의키로
최순실 사태 이후 첫 한목소리
야 3당 대표, 탄핵안 처리 이견
'9일 표결' 여부도 추후 논의키로
■탄핵정국ㆍ특검
"비박은 물론이고 야당마저 대통령이 파놓은 함정 속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일 이뤄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회동에 대해 이같이 강력 비판했다. 심 대표의 발언은 야권 공조를 무시한 추 대표의 돌발행동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동요를 꼬집는 동시에 하루 만에 급반전된 전세를 우려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후 정계 구도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탄핵 실현의 '키'를 쥔 여당 비박계를 포함한 새누리당은 1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4월말 퇴진·6월 대선'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친박과 비박이 한 뜻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해온 전직 국회의장 등 국가 원로와 친박의 의견을 당내 비주류가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힌 직후까지만 해도 야권은 탄핵 대열 정비에 고삐를 죄며 2일 탄핵 소추안 의결이라는 목표에 다가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김-추의 '비밀 회동'에 제2야당인 국민의당이 입장을 선회, 9일 표결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야권의 단일 대오는 깨졌다. 여권은 내홍을 수습하는 국면에 접어든 반면 야권은 분열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청와대는 이같은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이 "퇴진 시점을 국회가 정해주면 이를 따르겠다고 한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는 새누리당이 중심이 돼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3차 담화가 이미 이 같은 시나리오 아래 추진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퇴진은 이미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보다는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자신이 카드를 먼저 제시하고, 새누리당 친박이 분위기를 조성하면 비박도 따라오면 자연스럽게 탄핵은 무산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친박계와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불가피해진 조기 대선 일정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탄핵을 하든 4월 퇴진으로 가든 대선은 6∼8월에 치러질 수 밖에 없는데, 탄핵안 처리 강행은 오히려 헌법재판소를 거쳐 불확실하게 돌아가는 길이 된다는 판단이 깔렸다.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추미애 대표와 회동에서 "4월말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 말해 탄핵 카드를 내려놓는 입장을 보였다. 또 "퇴진이 민심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다. 특검이 임명됐고 국조도 시작됐으니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사법처리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여론의 역풍도 견제했다. 다만 비박계는 친박계와 노선의 차이는 두기로 했다. 이날 의총에 앞서 비상시국위 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퇴임 시한을 내년 4월30일로 확정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퇴임 시점을 명시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오는 9일 예정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퇴진 시점의 공개 언명을 탄핵안 표결 불참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박 대통령을 향해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여권의 역공에 야권은 극심하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비주류 없이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200석)를 확보할 수 없는데다 민주당의 일방 플레이에 국민의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탄핵 일정까지 꼬였다.
이날 긴급 소집된 야3당 대표회동에서 추 민주당대표는 "새누리당 비박계는 탄핵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촛불민심을 함께하기 위해 의총에서도 오늘 탄핵 발의를 재확인했다"며 2일 표결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가결이 어느 정도 담보되고 발의해야지 안그랬다간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어제 분명히 9일로 하자고 했다"며 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반면, 정의당은 "내일 부결시킬 사람은 다음 주에도 부결시킨다"며 2일 표결에 동의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도부의 결정에 동조하지 않고 퇴진 협상에 나서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 등 중도파 모임인 통합행동은 "박 대통령 담화 뒤 우리가 먼저 청와대에 '2월 퇴진·4월 대선' 로드맵을 역제안했어야한다"며 "무조건 3당이 모여 탄핵하자는 얘기만 하면 정치가 제대로 되나"라고 지적했다.
한 원로 인사도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다"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탄핵 원칙만 보고 다른걸 생각 안하면 주도권은 뺏길 수 밖에 없다. 비박계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미영기자 mypark@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