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디지털산책] `오픈 코리아`로 위기 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11/20161130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오픈 코리아`로 위기 넘자")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다. 미국과는 자국이익을 최우선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수출한국과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고, 중국과는 경제성장의 둔화, 중국기업의 발빠른 추격, 사드배치에 따른 경제보복 등이 맞물려 한국경제의 입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완성단계에 이른 핵무기를 손에 쥔 북한은 남북한 관계와 국제관계를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되어가고 있다.
바깥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우리나라 내부는 나라야 어찌되든 자기이익만 극대화하면 된다는 무리들이 나라의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혁신보다는 이권이 그리고 공정보다는 불공정이 훨씬 수지맞는 장사가 된 환경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던 기업가정신은 사라지고 청장년 모두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고 가계부채는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절망과 분노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20년 전의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20년전에는 위기가 쓰나미처럼 나라부도라는 충격적이고 갑작스런 형태로 온 반면, 지금의 위기는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서서히 다가오고 있고 그래서 위기로도 인식 못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는 훨씬 더 위험한 위기라는 것이다. 둘째 20년 전에는 세계경제의 지속적 성장 및 양호한 수출환경으로 일시적 외환부족 문제에 직면한 우리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외부환경이 우호적이었던 반면, 지금의 위기는 전세계적으로 저성장추세와 각자도생의 고립주의가 강화되면서 외부에서 개선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 20년 전에는 재벌대기업이 문제를 일으켰어도 문제를 수습할 수 있는 유능한 관료집단이 있었지만 지금은 관료집단이 무능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관료들 개개인이 문제라기보다는 관료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거나 왜곡된 방향으로 사용한 정치리더십의 책임이 가장 크다. 요컨대 20년전의 외환위기는 재벌공화국만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위기는 더욱 심화된 재벌공화국의 문제에 관료공화국과 정치리더십의 문제가 겹쳐 있어 해법을 찾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기업도 관료도 정치리더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이제 변화의 동력은 국민에게서 찾을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나서서 기업과 관료와 정치리더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공화국, 관료공화국, 정치리더십의 핵심문제가 무엇인가.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뿌리를 찾아 파고 들어가보면 결국은 재벌대기업과 관료와 정치리더가 제멋대로 행동해도 감시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마디로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경영도 정책도 정치도 최대한 오픈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투명경영의 제도화를 통해 기업에게 오픈경영을 하게 하고 정책결정과정의 전면공개를 통해 관료들에게 오픈행정을 하게 하고 밀실정치를 하는 정치집단을 단죄하여 정치인들에게 오픈정치를 하게 하는 것이다.
태블릿피시에 담긴 내용이 백만명의 촛불을 광화문 광장에 모았던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내가 하는 것을 남이 알게 하는 지극히 단순한 오픈의 원칙이 변화의 가장 핵심적인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쉽지 않고 먼 길이지만 오픈경영, 오픈정책, 오픈정치로 '오픈코리아'를 만드는 것만이 소리없이 제2의 외환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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