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산 - 학 - 연 - 병 뭉쳐 `사업화 가속` … 한국경제 `구원투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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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글로벌 최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 메카로 급부상
삼성·LG·SK 등 대기업도 '미래먹거리' 지목 공격투자
제약업계 신약개발 R&D투자 확대… 글로벌공략 잰걸음
"정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지속적 지원 절실" 지적도
■ 한ㆍ중ㆍ일 바이오 혁신현장을 가다
(6·끝) 탄탄한 산업생태계 등에 업고 세계로 뻗는 'K-바이오'


산 - 학 - 연 - 병 뭉쳐 `사업화 가속` … 한국경제 `구원투수` 주목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은 불성실 공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제약을 비롯한 국내 산업 역사에 길이 남을 글로벌 기술수출 기록을 썼다. 한미약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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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기업을 끌어들이는 13억 인구와 막강한 물량공세로 '바이오 굴기'를 노리는 중국, 탄탄한 기초과학 역량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의료 강국' 재도약을 노리는 일본과 함께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세포·유전자 치료제, 융복합 의료기기 등 특화된 'K-바이오' 브랜드로 2020년 13조달러(약 1경5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에 도전한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 조 단위의 기술수출에 성공하고, 새 유망 분야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활약하는 등 본격적인 '퀀텀점프기'를 맞이한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은 조선, 철강 등 기존 주력 산업 위기와 맞물려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릴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규모 지원을 약속한 정부와 본격적인 참여를 밝힌 대기업, 병원 등으로 인해 국내 바이오헬스 생태계 성장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세계 바이오 의약품 생산 메카로 떠오른 송도="패스트트랙센터는 인천시나 정부의 지원 없이 순수한 GE헬스케어의 자본 투입으로 설립됩니다."

지난 9월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기관 '아시아태평양 패스트트랙센터' 설립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키어란 머피 GE헬스케어 라이프사이언스 사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GE헬스케어가 2020년까지 24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한 이 센터는 세포배양장치인 '리액터'와 단백질 정제에 필요한 '컬럼' 등 바이오 생산에 쓰이는 고가 장비를 갖추고 바이오 생산과 관련한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GE헬스케어는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의 바이오 산업 허브로 지목하고, 센터를 통해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전체 아태 지역의 바이오 산업 지원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송도에는 지난달 글로벌 바이오 기업 머크가 12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 인력 양성기관이자 연구기관인 'M랩 협업센터'를 열었고, 세계 소화기 내시경 1위 기업인 올림푸스는 총 363억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올림푸스 한국 의료 트레이닝 센터'를 짓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혜택을 주며 '모셔오기' 바빴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오히려 자발적으로 투자한다며 '찾아오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한국의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이유는 바이오시밀러의 영향이 크다. 셀트리온과 삼성 등 국내 기업은 2020년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될 예정인 8개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중 7개 제품에서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할 '퍼스트무버' 그룹에 속해있다. 복제약은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리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이 기업들이 현재 증설 중인 생산시설을 완공하면 송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규모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인 67만ℓ에 달하게 된다. 앞으로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로 쌓은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바이오신약과 바이오베터 등으로 산업을 확장해나간다면 송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메카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1조6400억원 규모로, 전체 제약시장의 10.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량은 매년 9%씩 늘었고,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9500억원을 기록해 수출이 수입을 앞지르는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한국은 10년 이상 기술력을 축적해온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유전자·줄기세포 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며, 우수한 의료진과 임상 시험 환경을 갖춘 의료 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협력)을 추구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유망한 파트너로 지목하고 있다.

◇대기업 투자로 '규모의 경제' 이끈다=최근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이 성장세를 타면서 대기업들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쌍두마차로 내세워 글로벌 바이오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6종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2개 제품의 유럽허가를 받았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2개 제품의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로슈, 얀센 등 거대 다국적 제약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2018년 3공장이 완공되면 총 36만ℓ에 달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갖게 된다.

LG는 오는 28일 이사회를 거쳐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합병하고, 현재의 3배가 넘는 매년 3000억∼5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 바이오 사업을 5조원대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농자재 분야 팜한농을 인수하며 농업·식량 등 '그린바이오' 분야에 진출했으며, '제미글로' 등 자체 개발한 합성 신약과 백신 등을 보유한 LG생명과학 인수를 통해 의료·제약 등 '레드바이오'로도 발을 넓히게 됐다.

SK그룹은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SK바이오팜과 의약품 CMO SK바이오텍, 합성신약·백신 부문의 SK케미칼을 통해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발 중인 뇌전증 신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약효를 인정받아 임상 3상을 면제받고 신약 승인을 추진 중이며, 이르면 2018년 시판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수면장애·급성중첩발작 신약 등도 빠르면 2018년 출시를 내다보고 있다. SK바이오텍은 현재 연간 16만ℓ 생산 규모를 2020년까지 80만ℓ로 확장할 계획이며, 2020년 매출 1조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자체 개발해 호주 CSL로 기술 이전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가 국산 바이오신약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복제약'에서 '신약'으로 눈 돌린 제약업계=지난해 한미약품의 초대형 기술수출에 자극받은 제약업계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리며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의 미국·유럽 임상 건수는 60건을 넘어섰고, 상업화 전 단계인 임상 3상 단계도 30건이 넘는다.

올해도 제약사들은 경기 침체와 약가 인하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를 더 늘리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한미약품은 제약업계에서 가장 많은 1250억원을 R&D에 쏟아부었고, 녹십자는 매출의 10.7%인 806억원을 투자했다. 대웅제약도 올해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R&D에는 작년보다 1.9% 늘어난 783억원을 투자했다. 또 최근에는 상위 제약사뿐만 아니라 삼일제약, 신풍제약 등 중소 제약사들까지 연구소장을 새로 영입하면서 R&D의 틀을 다시 짜고 있다.

이 같은 R&D 투자 열기는 지난 9월 한미약품과 미국 제넨텍의 약 1조37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체결을 필두로 종근당,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일양약품 등의 크고 작은 기술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산·학·연·병' 연계 생태계 만든다=그동안 환자 진료에만 집중했던 병원들도 첨단 의료 기술 개발과 사업화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임상 현장을 산업계에 개방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직접 산·학·연 연구단지인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조성해 바이오 기업들과 기술 혁신에 도전한다. 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 병원들은 유전체 분석과 빅데이터·인공지능을 결합한 '정밀의료'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정부의 '병원과 의료기기업체 간 R&D 플랫폼 구축' 사업 등을 통해 체외진단기기와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 병원, 기업 등이 한 곳에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술 혁신과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바이오 클러스터' 사업도 계속해서 확장 중이다. 기존에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된 인천 송도와 충북 오송, 경북 대구 등에 이어 서울 홍릉과 경기 판교도 각 지역 특성에 맞춘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해 바이오 벤처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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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바이오헬스 육성 박차=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2020년 수출 20조원 달성과 일자리 18만개 창출을 목표로 한 '보건산업 종합발전전략'을 확정했다. 정부는 △제약·의료기기·화장품 분야 글로벌 시장 선도 제품 확대 △정밀·재생의료 등 첨단의료 전략적 투자 강화 △우수한 의료기술을 기반으로 의료한류 확산 △보건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보건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 정비 등 5대 전략을 내세워 2020년까지 총 2조8400억원을 투자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또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 '정밀의료 특별법' '첨단 재생의료법' 등 관련 제도와 법을 제·개정하고, 부문별 중장기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바이오 미래전략'을 추진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바이오헬스 산업 생태계의 공백을 메우고 선순환을 이끌기 위한 '바이오 중기전략'과 '바이오 창조경제 10대 활성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224개에 달했던 신규 바이오벤처 창업은 2013년 2개로 감소했으며, 기술사업화 역량 부족으로 특허 이전 비율은 4.9%에 그치고 있다. 또 인수합병(M&A) 등 투자를 회수할 길이 마련되지 않아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투자 공백 역시 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가로막는 요소다. 미래부는 이런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과 연구소의 창업을 유도하고, R&D 지원과 연계한 오픈 이노베이션 환경을 조성해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장기간 흔들림 없는 꾸준한 지원 이뤄져야=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이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맞이한 만큼, 정치적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차병원에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의료 산업 규제 완화와 각종 지원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또 대통령을 비롯해 최순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불법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줄기세포 업계도 역풍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의결한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도 예산 마련에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국가전략프로젝트에는 바이오 신약 개발과 정밀의료 실현 등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현 정권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목한 바이오 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 등 바이오헬스 산업은 특성상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원 정책과 제도가 바뀔 뿐만 아니라 최근 어지러운 시국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2030년 '바이오 경제시대'를 앞두고 전 세계가 치열하게 경쟁 중인 분야인 만큼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도영·김지섭 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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