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인간 기본욕구 해소방법
사용통제 과몰입 역효과 낳아
게임후 운동으로 즐거움 분산
책읽기 등 새로운 미션 제안도
사용통제 과몰입 역효과 낳아
게임후 운동으로 즐거움 분산
책읽기 등 새로운 미션 제안도
■2016 게임 콘퍼런스
게임 하는 자녀와의 '진짜 소통'을 원한다면 부모가 먼저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벗고, 자녀가 초기 올바른 게임 이용 습관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환경 조성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본지 주최로 열린 '2016 게임 콘퍼런스-게임에게 길을 묻다'에서 게임산업 전문가들은 자녀에 게임은 '공기'와 같은 존재로, 자녀에게서 게임을 강제 분리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게임 과몰입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소년에게 게임은 공기, 차단이 능사 아냐'라는 주제로 강연한 유창석 경희대학교 문화관광콘텐츠학과 교수는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 편견이 게임 때문에 자녀의 학습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자녀 게임 시간을 줄인다고 자녀가 공부를 하기보다는 운동, 음악 등 다른 형태의 여가 활동으로 게임의 빈자리를 채우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들이 게임을 하는 것을, 문제 행동으로 볼 게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 본능 중 하나인 '놀이' 욕구를 해소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교수는 "'논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사라진지 오래고, 타인과 교류하는 순간이라고는 게임을 할 때뿐인 아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자녀들은 사랑받고 싶고 교류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는 창구로 게임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여가 수단 중 왜 자녀들이 유달리 게임을 선택하고 있는지 부모가 주목해야 하며, 바로 이 과정에서 자녀와 '진짜 소통'을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게임은 이용자 수준에 맞는 도전과제를 지속 제공해 이용자 몰입을 이끌어낸다. 이는 아이들이 현실에서 갈증을 느끼는 부분"이라며 "현실에서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 수준에 맞는 적절한 진도를 제시해주진 못하면서 단순히 '공부를 못한다'는 지적만 하고 있다.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은 임무 수행하는 길을 스스로 찾을 때까지 기다려 줄 뿐,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용자에 보상이라는 즉각적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주말에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고,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늘상인 가정이라면 자녀가 게임으로 '도피'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이 상황에서 자녀의 게임 이용을 통제하는 것은 자녀의 쉴 공간을 파괴하는 것이며, 자녀를 극단적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유 교수는 경고했다.
아동발달심리학자인 박성옥 대전대 아동교육상담학과 교수는 자녀의 올바른 게임 이용 습관 형성을 위해 부모가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게임에 대한 통제와 잔소리는 오히려 게임을 부모의 잔소리를 회피하게 하는 수단이 되게 한다"며 "이것이 게임 과몰입을 초래하고, 이를 지켜보는 부모는 또다시 잔소리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가 게임을 할 때 함께 이용해 볼 것 △획득한 아이템, 도달한 레벨 등 그날 자녀가 즐긴 게임의 내용에 관해 대화할 것 △게임이 끝난 후, 유관한 놀이나 운동을 함께해 게임으로만 느끼던 재미를 현실에서의 즐거움으로 분산, 이동시키는 활동을 함께 할 것 △자녀에게 '게임 대신 책 함께 읽는 날' 등 새로운 미션을 제안할 것 등을 부모들의 과제로 제시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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