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순실 블랙홀`과 사회 의식개혁

권영선 KAIST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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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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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순실 블랙홀`과 사회 의식개혁
권영선 KAIST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장


요즈음 선진국들은 제4차 산업혁명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나가고 있다. 그러나 갑자기 정치권에 불어 닥친 쓰나미에 우리 사회가 휩쓸리면서 국정 공백이 길어질 것 같아 보인다. 다소 국정 공백이 길어져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게 되더라도 이번에는 확실히 우리 사회의 썩은 부분을 정리하고 인적청산을 하고 가자는 견해와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고 가자는 견해가 병존하고 있다.

만약 정권말기에 상습적으로 나타나는 권력의 사유화와 공과 사의 무분별에서 발생한 권력형 비리문제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고 부분적인 현상이라면 매번 그 부분만 도려내면 된다. 그러나 만약 이번과 같은 권력형 비리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이번에 한 부분을 도려낸다고 해서 다음에 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필자는 정권말기 마다 반복되어온 권력형 비리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우리 사회는 부분적인 외과수술로 치유될 수 없는 질병에 걸려 있다고 본다. 이 질병은 바로 웜홀을 지나온 사회가 겪는 병이다.

우리 사회는 서구사회가 약 250년에 걸쳐 경험한 1차에서 3차에 걸친 산업혁명 과정을 1960년 중반부터 약 50년에 걸쳐서 완료했다. 압축성장이란 웜홀을 통해서 우리 사회는 불과 50년 만에 서구사회가 250여년에 걸쳐 도달한 제4차 산업혁명의 초기에 서구사회와 함께 서 있게 된 것이다. 서구 사회는 그 오랜 기간 동안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개혁을 경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웜홀을 통해 빠른 경제성장을 했으나 그 과정에서 체득했어야만 하는 사회개혁 없이 제4차 산업혁명의 입구에 도달한 것이다.

이는 마치 1800년대 순조 시대에 살던 사람이 압축성장이란 웜홀을 통해 의식의 변화 없이 현대사회에 도착한 것과 같다. 물론 이는 지나친 비유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에는, 특히 과거 압축성장 시대를 이끈 세대의 의식에는, 여전히 유교에 기반한 권위주의적 가치관과 그들이 성장시대를 이끌며 활용해온 연고주의가 화석화 되어 남아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류 세대가 그런 화석화된 의식과 문화에 빠져있는 한 우리 사회에서 대형 권력형 비리는 앞으로도 몇 대의 대통령이 지나더라도 발생할 것이다. 사람의 의식은 경험을 통해 체득되다 보니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는 것과 같이 바뀌지 않는다. 능력보다 인맥과 연고를 통해 보상을 더 크게 그리고 쉽게 받는 사회에서 살아온 세대가 주류 세대로 있는 한 우리나라에서 빠른 시일 내에 능력본위 사회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1990년대 초반 추석이나 설이 가까워 올 때 경제기획원 물가관리 부서에 가보면 제수용품 가격을 매일 조사해 전시해 놓고 추석물가관리 대책을 발표하곤 했었다. 필자가 1990년대 중반 유학 떠날 때도 그랬고, 2000년 유학에서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그 전시행사는 반복되고 있었다. 그 뒤 2000년대 후반에는 대통령께서 공무원이 부지런 하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훈계하는 것을 보곤, 제3차 산업혁명의 끝자락에 우리 경제는 와 있으나 우리의 의식은 아직도 개발연대에 멈추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경제의 규모가 작았던 1960년대나 70년대 까지는 아마도 공무원이 부지런히 시장을 방문해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통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 커진 상태에서도 공무원이 행정력으로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었다.

사회개혁은 사회 시스템의 개혁이기도 하지만 그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류 세대의 의식개혁 없이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의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결국 우리 사회의 주류 세대를 새로운 의식이 있는 세대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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