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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ㆍ의료 글로벌 각축장… 제약사ㆍ병원 `차이나드림` 도전

양주일양약품, 국내 제약사 최초 완제의약품 대량생산
'아진탈' 연 30% 이상 고성장… '소화기 전문기업' 부상
백혈병치료 신약 '슈펙트' 생산 가능 신공장 가동 돌입
상해서울리거병원 '의료수출 1호 병원' 성형시장 안착
한국 의료진 구성 신뢰도 높여 반년 만에 '흑자' 달성
북경한미약품·GC차이나·보령제약 등도 큰 성과 기대 

김지섭 기자 cloud50@dt.co.kr | 입력: 2016-11-16 17:00
[2016년 11월 17일자 9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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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ㆍ의료 글로벌 각축장… 제약사ㆍ병원 `차이나드림` 도전
중국 강소성 고우시 양주일양약품 전경. 양주일양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1998년 중국에서 완제의약품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2014년에는 선진국 기준에 맞는 신공장을 지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양약품 제공


의약품ㆍ의료 글로벌 각축장… 제약사ㆍ병원 `차이나드림` 도전



■한ㆍ중ㆍ일 바이오 혁신현장을 가다
(3) '기회의 땅' 중국 시장 공략하는 'K-바이오'


중국은 13억 인구규모만큼이나 제약·의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보건의료시장은 연평균 10%씩 성장하는 중이고 중국 정부는 2020년 8조위안(약 137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장밋빛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 및 계획산출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헬스케어 지출액은 3조5312억위안(약 605조원)으로 5년 만에 두 배로 급증했고, 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2020년 6조2147억위안(약 1066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 제약사와 의료기관은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중국에서 국내 업체 최초로 완제의약품 대량 생산 시대를 개막한 양주일양약품과, 성공한 의료수출 1호 병원으로 꼽히는 상해서울리거병원을 찾아갔다.


의약품ㆍ의료 글로벌 각축장… 제약사ㆍ병원 `차이나드림` 도전



◇ 중국 완제의약품 대량생산 시대 문 연 '양주일양약품'= 지난달 26일 중국 상하이 홍차오역에서 약 2시간 40분 동안 고속열차와 자동차를 갈아타며 강소성 고우시에 위치한 양주일양약품에 도착했다.

일양약품의 중국 현지법인 양주일양약품은 1998년 7월 국내 제약사 최초로 현지 완제의약품 대량 생산 시대를 연 곳이다. 양주일양약품은 위궤양 치료제 '알드린', 해열진통주사제 '알타질', 소화제 '아진탈' 등 완제의약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중국 내 6000여개 제약사 가운데 26번째, 순수 한중 합자회사로는 최초로 중국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획득했다.

양주일양약품은 고우시 일대에서 비교적 큰 규모라 금방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일양약품 창업자인 정형식 명예회장이 2007년 5월에 적은 '인류는 행복해야 하며, 인류의 건강과 복리를 위해 평생 힘을 다한다'는 문구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인류존중의 사명을 갖고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정성을 다한다'는 일양약품의 기업이념이 담긴 글귀다. 전 인류에 양질의 약을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의미처럼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일양약품은 1972년부터 일본에 드링크제 원비디를 수출하면서 해외 시장 개척의 첫발을 뗐고, 그 어느 제약사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일희 양주일양약품 총경리(대표)는 중국 시장 안착을 위해 직접 고우시 시장을 찾아가 "합자 방식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했으면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지역 80여 개 대형병원 약제과장들과 직접 만나는 등 발로 뛴 결과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인 직원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면서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영업망 확보를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사와도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후 양주일양약품의 생산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제품이 인기를 모았다.

주요 품목인 아진탈은 매년 30% 이상 성장해 왔고, 알드린은 중국 내 한국 수입품목 및 현지생산 품목을 통틀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따라 양주일양약품은 올해들어 3분기까지 일양약품 전체 매출의 21.1%에 해당하는 4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소화기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아 현재 강소성 고우시 지역에서는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일희 총경리 사무실에는 2014년 지역 10대 공신에게 수여하는 상패, 2015년 강소성 발전에 기여한 외국인에게 주는 상패 등이 한켠을 채우고 있었다.

2014년에는 기존 생산량의 5배가 넘는 물량이 생산 가능한 1만1000㎡ 넓이의 신공장을 완공해 가동에 들어갔다. 유럽 GMP 수준에 맞춰 지어진 이 공장은 주사제와 정제 생산라인을 갖췄고, 특히 일양약품의 백혈병치료신약 '슈펙트'를 생산할 수 있게 설계됐다. 생산시설은 1일 2교대로 풀가동 되고 있고, 자체 R&D 시설도 갖추고 있다. 중국 약학대학, 연구소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R&D를 진행하고 있다. 슈펙트는 글로벌 1위 CRO(임상수탁기관)인 퀸타일즈와 함께 중국에서 1차 백혈병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임상을 하고 있다.

정일희 총경리는 "슈펙트는 오리지널인 스위스 노바티스의 글리벡보다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고, 생산 원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중국은 오리지널의 약값이 비싸서 환자의 70%가 약을 못 쓰고 있는데, 슈펙트 임상에 성공하면 충분히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양주일양약품은 슈펙트 임상을 마치고 중국에서 제품화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원료를 한국에서 가져오는데, 중국은 통관절차가 복잡하고 운송비, 검사비 등이 따로 들어가기 때문에 현지에서 직접 원료를 생산해 원가도 낮출 계획이다.

그는 "지금도 양주일양약품이 중국 500대 제약사 안에는 들어간다"며 "앞으로도 강점 있는 분야와 독점품목 위주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일양약품은 중국 길림성 통화시에 통화일양약품도 1996년 설립했다. 통화일양약품은 원비디를 생산해 중국에 공급하며 하루 평균 20여 만병, 1년 최대 6000여 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 원비디는 코카콜라에 버금갈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통화일양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의약품ㆍ의료 글로벌 각축장… 제약사ㆍ병원 `차이나드림` 도전
상해서울리거병원 대기실 전경. 상해서울리거병원은 한국의료수출협회가 공인한 의료수출 1호 병원으로, 중국 현지의 미용성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의약품ㆍ의료 글로벌 각축장… 제약사ㆍ병원 `차이나드림` 도전


◇ 의료수출 1호 '상해서울리거병원'= 지난 2014년 7월 준공해 작년 4월 19일 상하이 중심지에 개원한 상해서울리거병원은 한국의료수출협회가 공인한 의료수출 제1호 병원이다. 상해서울리거병원은 약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자본금 6000만위안(약 102억원)으로 중국에 진출했으며, 약 반년이 지난 현재 이미 월간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했다.

홍성범 상해서울리거병원 대표원장은 세계에서 6번째로 보톨리눔 톡신 제품 생산에 성공한 국내 바이오기업 휴젤의 창업주로, 주말에 서울과 상하이를 왕래하면서 진료를 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해범 상해서울리거병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 성형외과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병원이 많았지만 제대로 자본을 투자해 자리 잡은 경우는 우리밖에 없다"며 "중국 위생국 등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고 홍콩에 법인을 세워 중국 자본 투자를 받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법적 인허가를 받는 것은 복잡했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정 CFO는 "시간은 걸렸지만 안되는 건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중국은 외국 병원이 들어와 제대로 된 투자를 하는지 정확한 사업계획을 요구했고, 이에 상응하는 자료를 준비했다. 외국 법인이 중국에 병원을 지으려면 중국 지분도 있어야 하는데, 홍콩에 설립한 휴젤 관계사 엔지니스와 북경연합리거(BCC) 등 중국 측 지분을 각각 51:49로 경영권을 유지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타이밍도 좋았다. 2014년 중국 성형수술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위안(약 68조원) 정도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가 하나의 커다란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성형수술 시장이 오는 2019년까지 8000억위안(약 137조원)으로 5년만에 2배 규모에 이르면서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계 3대 시장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중국성형미용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인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6만명으로 집계됐다.

정 CFO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국 고객들이 몰렸다"며 "시설도 중국 어느 병원보다 좋고, 한국 의료진으로 구성돼 신뢰가 높은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상해서울리거병원은 현재 지분을 소유한 북경연합리거, 휴젤 등과 화장품, 필러, 톡신, 미용의료분야에서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를 따라 둘러본 상해서울리거병원 로비와 내부 시설은 마치 호텔 혹은 고급 스파 시설처럼 화려했다. 수술실은 물론 치아미백, 항노화센터, 체형 관리, 스파, 두피관리실 등을 갖추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옥상에서는 상해의 빌딩숲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중국 상해 명물인 동방명주와 월드금융센터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그는 "지금처럼 외국인이 한국에 의료관광 오는 기간은 길어야 5년으로 본다. 결국 현지에 진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성공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직접 투자를 할 수 없는 현재 한국의 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대학병원에서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진출 등은 현지 병원이 잘되더라도 남는 것은 많지 않고 오히려 기술 유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공하면 과실을 국내로 가져올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의 우수 인력이 모이는 산업분야가 의료분야인데, 투자받아 성과를 거두고 상장도 하면 외국에서 얼마든지 커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정부가 자본으로 돕지 않아도 제도만 갖춰주면 의료서비스는 한층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차이나드림' 꿈꾸며 현지에 둥지 트는 'K-바이오'= 앞서 방문했던 두 곳의 사례 외에도 중국에는 이미 차이나드림을 꿈꾸며 둥지를 튼 국내 의료기관과 제약사들이 있다. 2012년 중국은 의료보건산업의 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해외 자본의 중국 내 의료기관 투자를 장려했으며, 외자 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병원은 2013년 기준 53곳으로 진료과목은 피부·성형이 29건으로 가장 많고, 그 외 건강검진, 하지정맥류, 기타 순이며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다. 대표적으로는 상해서울리거병원을 비롯해 이싱 보바스병원, 예송이인후과 음성센터 등이 있다.

제약사로는 북경한미약품이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한중 수교 5년 전부터 직접 중국을 왕래하며 산업 기반을 구축했고 1996년 중국 현지에 북경한미약품을 설립했다. 2002년, 2008년에는 각각 생산기지와 연구센터를 설립해 중국 내 활동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2026년까지 약 2억달러(약 2300억원)를 투자해 중국에 글로벌 시장 공략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북경한미약품은 작년에 2047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녹십자는 중국법인 GC차이나를 통해 혈액제제 사업을 해오고 있다. 1995년 중국 화이난시에 혈액 공장을 지었고, 알부민·면역글로불린·혈우병치료제 등 주요 품목을 생산해 자체 설립한 유통법인을 통해 중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GC차이나는 작년 매출 690억원을 기록했으며, 내년 상반기 홍콩 또는 중국에 상장할 계획이다.

보령제약은 올해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냈다. 보령제약 중국 법인은 내년 1월 등록할 예정이며, 현재 베이징 사무소를 통해 제품의 현지 파트너 발굴, 겔포스(현지 재품명 포스겔)의 현지 마케팅 및 인허가 지원을 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장기적으로 중국 현지에서 R&D 및 겔포스의 중국 내수 및 해외 수출을 위한 의약품 생산을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카나브 패밀리'는 현지 대형 제약사와 중국 고혈압 시장에 맞춘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국산 신약으로 글로벌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3년 중국 심양에 위치한 제약사 '바이펑'을 인수하고 다음해 해당 부지에 '대웅제약 랴오닝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중국 내 연구시설을 통해 유망 기술을 직접 발굴하고, 현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선진국으로 진출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중국에서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의약품·의료 각축장"이라며 "신약을 비롯해 한국에는 있지만 중국에는 없는 제품이나 제조기술 등 차별점을 갖추고 정확한 시장분석과 적절한 투자를 통해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중국)=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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