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반출 다음주 결정인데, 부처는 책임 떠넘기기

7개 부처 '지도반출협의체'
최종결정 여전히 답보상태
반출결정시 상당한 파급력
부처별 입장 확실히 알려야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정부가 구글이 신청한 한국 정밀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주 최종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결정할 정부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정부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와 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오는 21~23일 구글이 신청한 1대5000 대축척 국내 지도 데이터에 대한 국외 반출 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외교·안보와 경제·산업 측면에서 그동안 크게 논란이 돼왔고, 자칫 결정에 따라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자 협의체 소속 각 부처가 최종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현재 협의체는 구글에 지도를 내줘도 누군가 뚜렷하게 책임지는 구조로 돼 있지 않다"며 "구글에 지도를 내주려면 책임 주체도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 정부가 반출을 허락해야 하는 이유를 누구 하나 시원하게 얘기하지 않고, 밀실에서 처리하려 하고 있다"며 "산업계에서 꾸준히 반대하고 있는데도, 지도반출 영향에 대한 보고서 하나 만들지 않은 채 부처 간 입장만 조율하고 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협의체는 지난 8월 지도 반출 결정을 한 차례 연기하면서 "지도반출에 따른 파급효과를 생각해봤을 때 구글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별도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당시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은 "(협의체의 의결정족수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며 "협의체 내용은 비공개"라고 못 박았다.

국토부를 제외한 6개 부처는 이 문제의 주무부처가 국토부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국토부 또한 간사인 국토지리정보원 쪽으로, 국토지리정보원은 "국토부의 산하기관일 뿐"이라며 떠넘기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협의체가 이미 지도반출 허용으로 입장이 기울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지도반출 거부 시 미국이 지식재산권 강화 등으로 통상압력 수위를 높이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 탓이다. 실제 협의체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져 보다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최근에는 국무조정실까지 나서 협의체 의견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협의체는 특정 부서가 의견을 주도하지 않고, 의견을 조율하는 기구일 뿐"이라며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정부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 의견이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의견이 찬성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 반출 시 국내 안보 위협은 물론 국내 공간정보산업이 규제의 역차별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채희기자 poof34@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