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검색 사업자 1위인 네이버가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에 10여 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4차 산업혁명의 원유로 통하는 '빅데이터'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지금까지 공급자 측면에서 다뤄진 빅데이터를 수요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 이용자와 스타트업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개발에도 한 발 앞서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사옥(그린팩토리)에서 열린 '빅데이터 리터러시 콘퍼런스'에서 "빅데이터는 수요자가 있어야 작동할 수 있는 생태계"라며 "지금까지 빅데이터 논의가 공허하게 들린 이유는 산업과 공급자 측면에서만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더 중요한 것은 수요자가 자기 필요에 맞는 데이터를 가공하고, 실생활에 활용하는 것"이라며 "네이버는 수요자 관점에서 빅데이터에 접근, 이 데이터를 통해 일반 이용자가 할 수 없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 1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이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빅데이터 포털 '데이터 랩(DATA LAB)'을 선보였다. 데이터 랩은 이용자들이 민간·공공의 다양한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이를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에 융합해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예컨대 의류 사업자라면 계절상품을 판매할 때 해당 의류의 키워드 검색 시기와 검색량을 보고, 판매 시기를 앞당기거나 재고를 확보하는 등 상품의 특성에 맞는 맞춤 판매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창업자 또한 해당 지역 내 창업 아이템에 대한 검색 여부를 통해 이용자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윤 부사장은 "네이버는 1초당 7400여개가 유입되는 실시간 검색량을 통해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시간대별로 무엇을 찾는지를 알 수 있다"며 "이 정보를 재가공하면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정보로 다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현재 통계청, 국토교통부, 한국정보화진흥원 등과 손잡고 공공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결제 데이터를 보유한 BC카드 등 대기업과 야놀자, 망고플레이트, 모두의주차장 등 스타트업과도 제휴해 정보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 기업과의 제휴를 늘려 정보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빅데이터 개방을 통해 중소 상공업자를 끌어모으고, 유망 스타트업과 제휴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빅데이터 기반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인공지능, 관리도구, 스토리지, 컨설팅 관련한 기술을 갖고 있거나 관광, 핀테크, 유통, 헬스케어, 기상 등 다양한 분야와 빅데이터를 접목하는 서비스 또는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이 대상이다.
아울러 네이버는 민간 개방을 통해 더 많은 빅데이터를 취합, 최근 집중투자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계번역,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중심의 연구·개발에 쓴다는 계획이다. 윤 부사장은 지난 8월 출시한 AI 기반의 통·번역 앱 '파파고', AI 기반의 채팅로봇(챗봇) '아미카'와 자율주행차 기술 연구 등을 소개하며 "빅데이터 응용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네이버는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사옥에서 열린 '빅데이터 리터러시 콘퍼런스'에서 수요자 입장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이날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이 기조강연을 통해 네이버가 바라보는 빅데이터와 활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