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생활과학부 부장
![[안경애 칼럼] `창조경제`는 신기루였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611/2016110702102251650001[1].jpg "[안경애 칼럼] `창조경제`는 신기루였나")
'문화융성' 사업에서 시작한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이 '창조경제'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아직 규모나 강도가 문화분야만큼은 아니지만 창조경제 사업에서도 최순실의 그림자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순실·차은택 비선실세 라인이 다른 분야도 아니고 국가의 미래이자 국격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문화와 과학기술 영역을 파고들어 자신의 앞마당같이 헤집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 그들은 사람과 돈, 조직을 주무르며 국가가 가야 할 길을 흔들어 놓았다.
일명 '최순실 태블릿PC'에서 현 정부 창조경제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 시안이 발견됐다고 하니, 최씨는 창조경제의 출발부터 내용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게 틀림없다.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를 구축한 모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홈페이지 구축 당시 대통령의 뜻이라며 홈페이지 구석구석의 색깔까지 '위'에서 지정해 왔다고 한다. 그 '위'가 최씨였을 가능성이 있다.
초기 창조경제 사업은 창조경제타운이 핵심이었지만 중간에 대기업과 정부가 함께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이를 주도한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의 단장으로 차은택씨가 어느 날 발탁됐고,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도 공동 단장을 맡았다.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창조경제 사업에도 겹쳐 출연하는 셈이다. 창조경제도 최씨가 지휘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차씨가 세운 회사가 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은 그들이 창조경제를 쥐고 흔들었다는 작은 실마리일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 주무부처지만, 창조경제 관련 행사 개최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은 청와대가 직접 챙겼다는 게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박람회나 공모전 등을 주로 대행한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최근 정부 입김으로 이사장이 중도 사임하고, 청와대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가 이사장 대행을 하고 있다.
창의재단이 집행한 창조경제 관련 일부 입찰은 사업자가 '위'에서 암암리에 정해져 내려왔다는 얘기도 있다. 새로운 이사장 공모에 정유라 특혜 의혹을 받는 이화여대 교수의 남편인 '말 전문가' 건국대 김모 교수가 냈다가 최씨 게이트가 심각해지자 공모가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말 전문가 김모 교수는 대통령을 자문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에도 올초 선임됐다. 현 정부 3기 과학기술자문회의는 작년 연말 구성됐지만 뒤늦게 이름을 올린 것이다.
창조경제에서 최씨 그림자 찾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도 없다.
당연히 현 정부의 키워드였던 창조경제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국회의 내년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예산이 상당 부분 깎일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명칭은 어색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창조경제의 지향점은 공감했던 한 사람으로서 궁금증이 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창조경제는 신기루였나.
아이디어와 혁신기술로 무장하고, 실패를 무릅쓰면서 기술을 사업화하거나 벤처를 창업해 신산업과 시장을 여는 모험가 정신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잘 살아가고, 대한민국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 아닌가.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포장됐다고 해서 우리가 그동안 해낸 시도와 경험마저 모두 지우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창조경제'라는 이름은 종말을 고하더라도, 그리고 문제가 되는 그림자와 껍데기들은 걷어내더라도, 그 속의 근간은 지켜야 미래가 있다. 허탈하고 마음이 무겁겠지만, 정부와 기업은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 실패를 무릅쓰고 더 많은 도전을 해야 한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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