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발언대] 로보어드바이저, 혁신은 계속돼야

송락현 두물머리 이사 

입력: 2016-11-01 17:00
[2016년 11월 02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발언대] 로보어드바이저, 혁신은 계속돼야
송락현 두물머리 이사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의 서류 제출이 마감됐다. 은행, 증권사와 같은 기존 금융회사를 비롯해 우리와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들 34개 기업이 참여했다고 한다. 앞으로 6개월간 운용과정의 테스트를 거치게 되니 이제 테스트 과정의 겨우 첫발을 디딘 셈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두물머리에 합류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라는 매우 새롭고 아직 잉태되지 않는 산업에 도전하면서 느낀 감정은 '혼란'이었다. 반면, 테스트베드를 준비하는 20여 일의 기간 동안 느낀 감정은 '익숙함'이었다.

필자는 과거 수년간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투자제안서를 제출했었다. 투자전략을 상세히 설명하고 성과를 보여주는 수십, 수백 페이지 짜리 문서들이다. 꽉 짜인 질문과 답변으로 채워진 문서는 모호함이 없다. 검증된 숫자와 구체화한 논리만 있을 뿐이다. 이번 테스트베드를 준비하면서 느낀 익숙함은 지난 수년간 몇 번을 반복한 이러한 업무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던 게 아닌가 싶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업, 더 좁게는 자산관리 시장의 혁신을 대표하는 용어로 꼽힌다. 정부, 금융위원회는 창조경제의 금융혁신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서비스로 로보어드바이저를 강조하곤 한다. 이번 테스트베드 또한 이러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 기업도 기존 금융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금융산업의 특성상 이러한 정부의 조치들은 엄청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만난 한 핀테크 스타트업의 대표는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의 그레이존(gray zone)이 존재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즉,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사업을 하기 불가능한 파지티브(positive)한 규제로 인해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얘기를 들을 때면 이번 테스트베드를 포함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태도가 얼마나 다행인지를 안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베드를 준비하면서 느낀 익숙함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느끼기도 한다. 스타트업 혁신의 비밀은 문제 인식에서 비롯한 수많은 가설을 시장이라는 거대한 실험대 위에서 찾아가는 데에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들 또한 이러한 수 없는 실험의 과정에서 시장의 선택을 받은 알고리즘인 것이다. 때문에 내가 가장 경계하는 익숙함은 이미 어느 정도 짜여진 답안지에서 진정한 시장의 혁신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우리나라 금융시장 성숙도가 전 세계에서 80위로 여전히 낙후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외적인 평가를 떠나서 미국,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인해 금융 경쟁력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짜여진 답안지로 이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사실 안갯속에 싸인 미래의 시장을 더듬더듬 찾아가는 것은 우리 같은 기업들의 몫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도전들을 장려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부디 혁신적인 시도들이 나올 수 있는 더욱 적극적인 규제의 완화를 기대하는 바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