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퇴진후 8년만에
삼성 오너가 전면에 나서
스마트폰 신뢰 회복 급선무
선택과 집중 사업재편 시도
지배구조·성장동력도 숙제
삼성 오너가 전면에 나서
스마트폰 신뢰 회복 급선무
선택과 집중 사업재편 시도
지배구조·성장동력도 숙제
◇ 이재용의 '뉴 삼성시대'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 등기이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장기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메워온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책임 경영을 시작하는 새 시대의 서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과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1991년 입사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전략담당 상무,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부사장·사장을 거쳐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4~2008년에는 삼성과 소니의 합작법인 S-LCD 등기이사로 등재된 바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 부회장 외에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이탈리아 자동차그룹 피아트 지주사인 엑소르(EXOR) S.p.A 사외이사 등의 직함을 갖고 있다. 중국 '보아오포럼'에서도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선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 이후 8년여 만에 이뤄지는 삼성 오너가의 복귀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가지는 부담은 과거보다 더 커진다. 등기이사는 대표이사 선임, 자산 처분과 양도, 투자계획 집행, 법인 이전설치 등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하고, 또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다.
선대인 이병철 회장이 삼성의 토대를 다졌다면,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세계 일류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제 세계 주요 기업과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훼손된 시장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아울러 30조원의 특별배당과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같은 세력에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지배구조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성장 한계에 부닥친 스마트폰에 이은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것도 이 부회장의 몫이다.
이 부회장 이미 그룹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사업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삼성그룹은 화학·방산 부문에 이어 이날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의 매각을 결정하는 등 그룹 전반에 걸친 발 빠른 사업재편을 시도하는 중이다.
실용주의 경영철학 역시 이 부회장이 지난 2년여 동안 보여준 특징이다. 2년여 동안 삼성전자가 추진한 인수·합병(M&A)와 투자 건수는 총 13건으로, 이전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추진한 인수 건수(12건)보다 많다. 전용기와 헬기를 매각한 것 역시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와 소탈한 성격을 보여주는 한 예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시작한 새 인사제도 개편안 역시 빠른 의사결정과 수평적인 조직구조를 만들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부품, 핀테크(삼성페이), 사물인터넷(IoT)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연이은 M&A로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를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그룹 총수로서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만큼 현장과 소통하며 실용을 강조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단 당장 사업재편과 지주회사 체제 구축 과정에서 지배구조를 어떻게 강화할지, 그리고 스마트폰과 반도체에 이은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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