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스루 가이드`와 한일 문화 교류](http://contents.dt.co.kr/images/201610/2016102702102251607002[1].jpg "[뉴스와 콩글리시] `스루 가이드`와 한일 문화 교류")
"남들이 하는 말을 듣지 말고, 직접 가서 보라(Don't listen to what they say. Go see)."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여행계획을 세우고 미지의 세계를 꿈꾸면 삶에 활력이 생긴다. 필자의 옛 은사 가운데 섀이너(Shanor) 교수가 있다. UPI 모스크바 특파원 출신의 국제보도 분야의 권위자였는데 그 교수댁에 초대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응접실 테이블 위에는 중국 관련 책이 여러 권 놓여 있었다. "왜 이렇게 중국 책이 많습니까?" 묻자, 중국 가기 전에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우린 여행준비라고 하면, 환전하고 가방 싸고 날씨 체크하는 일이 고작인데 섀이너 교수의 여행준비는 목적지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한 사전 공부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새삼 느껴졌다.
여행의 목적은 각기 다르다. 연세대 설혜심 교수가 쓴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보면, "18세기 유럽에서 어린 청년들이 교육의 일환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던 관행이 있었다. 종교분쟁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경제적 풍요를 누리던 영국의 상류층은 자식을 유럽대륙으로 보내 외국어와 세련된 취향을 배워오게 하였다." 곧 그랜드 투어는 17세기 중반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상류층 귀족 자제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돌아보며 문물(文物)을 익히는 장기 여행을 일컫는 말이다.
그랜드 투어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토마스 홉스, 애덤 스미스, 존 로크, 볼테르, 괴테 등 수많은 지성들이 가정교사로 동참하면서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로 자리매김했다. 그랜드 투어는 유럽 지배계급 사이에 동질성을 만들어냈고 예술과 건축의 발달을 촉진했으며 계몽사상을 전파하는 등 유럽 근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현상이었다. 보스턴대학 예술과 건축의 역사 전공 Bruce Redford 교수는 그랜드 투어의 4가지 요소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1)젊은 영국인 남성귀족 혹은 상류층이 여행의 주체다. 2)여행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가정교사(travelling tutor)가 동반한다. 3)로마를 최종 목적지로 삼는다. 4)여행기간은 보통 2~3년 내외다. 대개 그랜드 투어에는 가정교사 2인과 하인 2인이 수행했다. 가정교사 1인은 학문을 가르쳤고, 다른 한 사람은 승마, 펜싱, 춤, 테니스, 전술 따위를 담당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항해술의 발달, 대형여객기의 등장, 호텔과 리조트의 건설은 관광산업과 맞물려 나라 간 인구이동을 촉진시켰다. 깃발만 보고 따라다니는 값싼 패키지여행이 등장하면서 여행붐은 세계적 현상이 됐다. 그룹여행에는 여행안내원이 동반한다.
A tour guide(U.S.) or a tourist guide(European) provides assistance, information and cultural, historical and contemporary heritage interpretation to people on organized tours and individual clients. ㅡ 투어 가이드(미국)또는 투어리스트 가이드(유럽)는 단체여행객과 개인 고객들에게 도움과 정보를 제공하고 문화, 역사, 현대유산에 관해 해설해 준다. 이런 안내원을 우리나라에선 몇 가지로 나눠서 부른다. 첫째 외국여행을 할 때 인솔해서 동행하는 여행가이드는 tour conductor(T/C)라고 한다. 둘째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을 안내하는 사람은 tour guide라고 부른다(자의적인 구분이다). 셋째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곳을 안내하는, 그 지역의 전문관광 안내원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을 local guide라 칭한다. 넷째 일본 지역을 여행할 때는 대개 스루가이드(through guide)가 동행한다.
패키지 여행을 떠나면 도착한 곳에서 현지 여행가이드가 나온다. 그곳의 지리 역사 문화 교통 숙박 등을 잘 알고 있으며 대개 그 나라의 안내원 자격을 갖고 있다. 많은 나라는 자국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이런 로컬 가이드를 쓰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을 여행할 때는 한국인 여행안내원이 일본까지 들어가서(through) 직접 안내(guide)하므로 local guide를 쓸 필요가 없다. 이른바 스루가이드다. '스루가이드'란 영어 아닌 영어다. 관광 문헌에는 스루가이드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관광을 안내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스루가이드가 비록 엉터리 호칭이긴 하나 한일 문화교류의 좋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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