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몰라도 GUI 도구 활용
데이터 손쉽게 분석·모델링
고도화 알고리듬 구현 머신러닝
신용평가 부문서 접목 활발
국내 대형 금융사 잇단 도입
데이터 손쉽게 분석·모델링
고도화 알고리듬 구현 머신러닝
신용평가 부문서 접목 활발
국내 대형 금융사 잇단 도입
■ AI 미래를 여는 현장을 가다
(5) 금융 경쟁력 높이는 AI 솔루션
최근 방문한 금융솔루션 스타트업 솔리드웨어 사무실.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 위치한 사무실을 들어서자 모니터 앞에 앉아 솔루션을 개발하는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엄수원 솔리드웨어 대표는 인공지능 솔루션 '다빈치랩스'를 실행해 각종 데이터 값을 입력했다. 다빈치랩스 화면 왼편에 여러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법을 설정하자 데이터 분석작업이 몇 분 안에 이뤄졌다. 엄 대표는 "데이터 크기와 알고리듬의 복잡도에 따라 분석 시간은 다르다"며 "금융분야 데이터는 최소 몇십 기가바이트(GB)는 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돌리고 퇴근한 뒤 다음 날 출근해 결과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은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꼽힌다. 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AI 시장규모는 약 1300억달러로, 그중 금융업이 17%를 차지해 광고·미디어 다음으로 컸다. 금융업 비중은 오는 2020년에는 2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에서 AI의 쓰임새는 통계·문서 작성, 고객 응대, 신용평가·심사, 트레이딩·투자 등 다양하다. 특히 신용평가 부문에서 AI 접목 시도가 활발하다. 고객의 성향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느냐는 금융사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능적인 AI 알고리듬을 활용, 고객의 거주지·소득·직장 변동·근속 연수·사고 내역 등을 입력하면 신용상태를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재료뿐만 아니라 정밀한 분석 기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잡하고 고도화된 알고리듬을 구현한 기계학습(머신러닝)이 각광 받는 이유다. 솔리드웨어는 머신러닝과 AI 기반 솔루션으로 예측력이 높은 신용평가 분석모델을 선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엄수원 대표는 "'이렇게 생긴 건 고양이'이고, '이렇게 생긴 건 사람'이라고 타깃값을 준 뒤, 이를 학습시키고 나서 '그렇다면 저렇게 생긴 것은 무엇일까'라고 예측하게 하는 것이 머신러닝"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에서 고객 성별과 나이, 거주지, 상환이력 등 데이터를 입력하고 알고리듬을 거치면 고객이 부도를 낼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예측해 대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엄수원·올리비에 듀센 부부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솔리드웨어는 2014년 8월 첫발을 내디뎠다. 세계 최대 보험사 악사(AXA)의 한국 지사에서 전략기획실장으로 근무한 엄 대표는 고객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으며 정밀하고 고도화된 분석 기법을 향한 갈증을 느꼈다. 많은 기업이 기초적인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구식 분석 기법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을 고객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남편 듀센 대표와 솔리드웨어를 설립했다. 듀센 대표는 인텔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머신러닝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3개 특허를 출원한 머신러닝·빅데이터 전문가다.
알고리듬이 정교하면 사용법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솔리드웨어의 AI 솔루션 '다빈치랩스'는 코딩을 할 줄 몰라도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도구를 통해 데이터를 쉽게 분석하고 모델링하게 해준다. 엄 대표는 "오픈소스를 활용하면 비용은 저렴하지만 데이터 오류가 많이 생길 수 있고 사용법이 어렵다"며 "다빈치랩스는 데이터 처리가 자동화돼 머신러닝을 잘 몰라도 알고리듬 파라미터를 조정함으로써 여러 모델을 실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빈치랩스에는 '딥러닝' '리그레션 포캐스트' '부스팅' 'SVM' 등 여러 머신러닝 기법이 탑재돼 있다. 이를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비선형 함수 예측모델을 제시한다.
국내 굵직한 금융사들도 솔리드웨어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도입했다. KB캐피탈은 신용정보가 낮은 고객, 중하위권 신용등급 고객을 분석하는 데 이 솔루션을 활용하기로 했다. 현대카드도 솔리드웨어와 손잡고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은행은 솔리드웨어와 협업해 써니뱅크의 모바일 중금리 대출에 머신러닝을 통한 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솔리드웨어와 함께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하고 부도율을 낮췄다.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 한 금융사가 일본어 데이터 적용 가능성을 문의했고, 악사 해외 지사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솔리드웨어는 일본, 싱가포르 등을 우선으로 해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엄 대표는 "솔루션은 지역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미리 세계화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비금융 분야로의 솔루션 확장도 꾀할 계획이다. 머신러닝을 적용할 수 있는 유망한 비금융 분야는 의료와 게임이다. 의료의 경우 혈액검사, 호르몬 수치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 게임에서도 특정 사용자의 이용 방식과 행태, 게임 빈도수를 활용해 충성도와 인앱(In-App) 구매 빈도를 예측함으로써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엄 대표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 가치가 평가절하돼 왔지만 정교하고 고도화된 분석모형이 가진 가치는 매우 크다"며 "비금융 영역에도 이를 활용해 다양한 산업군에 유익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ironlung@dt.co.kr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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