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세트 메뉴`와 테이블 매너](http://contents.dt.co.kr/images/201610/20161020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세트 메뉴`와 테이블 매너")
1인가구가 늘어나고 바깥 활동이 많아지면서 외식(eating out)이 늘어나고 있다. 종류와 가격이 서로 다른 식당들이 곳곳에 생겨나면서 손님은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게 됐다. 대체로 홍콩, 싱가폴 등 도시국가들의 경우 외식 비율이 높은데 우리나라도 혼밥 혼족들이 늘어난데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외식이 일상화되었다. 보통 선진국은 수입의 4분의 1이 외식을 포함한 식비로 지출된다. 근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인구 78명당 식당이 하나꼴이다.
우리 대중식당의 메뉴는 대체로 간단한 편이다. 갈비구이에 냉면, 아니면 설렁탕, 칼국수, 매운탕이 주종을 이룬다. 주문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외국을 여행할 때 한 번쯤 현지식을 먹게 된다. 한식은 언제 먹어도 좋지만, 음식도 문화임으로 여행 중에는 그 나라 식당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가 방문했던 외국의 식당 가운데 아직도 잊지 못하는 곳이 하나 있다. 샌프란시스코 Berkeley에 있는 '쉐 빠니스(Chez Panisse)'다. 서울을 떠나기 20여일 전에 예약했지만 원하는 날짜, 원하는 시간을 잡기 어려웠다. 쉐 빠니스는 저녁 6시30분, 8시30분 두 차례 손님을 받고 있다. 이 식당은 버클리 지역에서 유일한 최상($$$$$)의 등급을 가진 곳이다.
익숙하지 않은 식당에 가면 무얼 주문해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특히 fine dinning식당일 수록 메뉴판은 복잡하고 어렵다. <음식의 언어(The Language of Food)>를 쓴 스탠포드 대학의 댄 주랩스키 교수에 의하면 고급식당일수록 값싼 레스토랑에 비해 요리 가짓 수는 반밖에 안되고 손님의 선택권은 3분의1로 줄어든다. 대신 주방장 추천 요리는 일곱 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발견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요리를 설명하는데 긴 단어를 쓰면 쓸수록 음식값이 더 올라간다는 점이다. 어떤 음식을 묘사하는데 평균 길이보다 글자 하나가 더 늘어나면 음식값은 18센트가 비싸지고 있었다. 예컨대 치킨이나 파스타를 설명하는데 세 글자를 더 썼다면 손님은 54센트를 더 내야 한다. 한가지 예를 보자.
BLT Salad: a flavorful, colorful and delicious salad mixture of crispy bacon bits, lettuce, tomatoes, red and green onions and garlic croutons tossed with bleu cheese dressing(BLT샐러드:바싹바싹한 베이컨, 상추, 토마토, 붉은 양파, 푸른 양파, 마늘 크루통에 블루치즈 드레싱을 뿌린 짭짤하고 다채롭고 맛있는 혼합 샐러드). 무슨 샐러드 한가지 설명하는데 25단어를 쓰고 있는데, 읽다가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또 고급식당은 음식 재료의 출처를 밝히는 횟수가 싼 식당보다 15배나 더 많다. 나그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세트 메뉴(set menu)다. 몇 가지 요리를 구성해서 균일 가격에 파는 식단을 우리나라에선 세트 메뉴라고 부른다.
"Go at least once in your life to experience food touched by the talented hands of Alice Waters and her apprentices. Prix fixe menu changes daily. Reservations highly recommended." ㅡ 일생에 한번은 이 식당에 가서 앨리스 워터스와 그녀의 도제들의 빼어난 손맛의 음식을 경험해 보십시오. 프리 픽스 메뉴는 매일 바뀌고 예약은 필수임. 이 내용은 Guide to the Good Life in Berkeley라는 버클리 생활안내 책자 속에 나와 있는 쉐 빠니스의 소개다. 여기서 보듯 영어로 세트 메뉴는 prix fixe 또는 prix fixe menu다(세트 메뉴는 우리끼리 쓰는 영어다). 그렇다고 해서 캐주얼 식당에서 세트 메뉴를 '프리 픽스 메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때는 combo가 제격이다. 맥도널드나 버거킹에 캄보 메뉴가 많이 있다. 2, 3가지 음식을 묶어서 mongolian beef combo, 혹은 combo meal처럼 부른다. 흔히 눈에 띄는 메뉴로는 today's' special과 chef's special, lunch special이 있다. '오늘의 특선', '주방장 추천 요리', '점심 특선'이라는 의미다.
식당에 따라세트 메뉴는 조금씩 다르다. 미슐랭 별 두 개를 받은 홍콩의 Lei Garden(梨園)은 Chef course와 Michelin course를 제공한다. 정식은 따블 도뜨(table d'hote, fixed menu)라고 하고, 오르되브르(hors'd oeuvres)는 식전의 간단한 음식을 가리킨다. finger food는 손으로 집어 먹는 간단한 음식을 뜻한다. 물론 알 라 카트(a la carte)는 골라 먹는 단품요리다. 글로벌시대에 테이블 매너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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