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감청` 협조 중단… 사이버 검열 논란 재점화

통비법상 실시간감청 핵심
"증거 불충분" 대법원판결
카카오 감청 비협조 전환
대검, 법원판결 즉각 반발
업계 "불똥튀나" 우려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카카오, `감청` 협조 중단… 사이버 검열 논란 재점화


2014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카카오톡(이하 카톡) 검열'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카카오가 지난 13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수사기관의 감청(통신제한조치)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나서자, 검찰이 "중대 범죄 수사를 위해선 감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입법적·기술적 보완의 필요성을 들고 나섰다. 업계에선 '사이버 검열 '논란이 다시 되풀이되는 것 아닌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이 카카오의 감청 협조 중단의 원인이 된 대법원 결정에 반기를 들면서, 통신사업자에게 감청에 필요한 장비와 설비 구축을 의무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개정안'을 재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 당시 발의됐다가 사이버 검열 논란 끝에 자동 폐기됐다.

'사이버 망명' 위기에도 지난 1년간 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해왔던 카카오가 다시 중단 카드를 꺼낸 것은 지난 13일 대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이날 대법원 형사3부(박병대 대법관)는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리아연대 공동대표 이모(44) 씨 등에 대한 형사 판결을 선고하면서 수사기관이 감청 영장으로 확보한 카톡 대화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통비법 상 감청은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카카오가 제출한 대화 내용은 실시간 감청이 아니기 때문에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간 검찰 등 수사기관은 법원에서 감청 허가서를 발부받아 카카오에 집행을 위탁해왔다. 카카오의 경우 이용자 대화를 실시간으로 감청할 설비가 없어 3~7일마다 정기적으로 서버에 저장된 대화내용을 추출해 제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카카오가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자, 대검찰청은 "살인이나 강도, 성폭력 범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 중대 범죄 수사를 위해서는 감청이 반드시 필요해 대법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발했다. 또 "수사기관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실시간 감청할 수 있는 기계적 설비가 없다"며 "대법원이 견해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수사를 위해 입법적·기술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 대법원 의견이 상충하자 업계에선 통신사업자에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카카오가 감청 영장 협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당시 통신사업자에 짐을 지우는 통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며 "같은 논란이 재현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12명은 이동통신·인터넷·SNS 사업자한테 감청 협조 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방안의 통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사생활 침해', '후퇴한 법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 끝에 자동 폐기, 20대 국회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정치권에선 여전히 '국가안보'와 '사생활보호'를 놓고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범죄연구회장 겸임)는 "감청은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는 경찰국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한 수단"이라며 "범죄수사나 국가안보를 위한 감청허용은 `엄격한 요건 아래 적법한 수사행위에 대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