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골프장`에 놀이시설 못짓는 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610/2016101302102251607002[1].jpg "[뉴스와 콩글리시] `골프장`에 놀이시설 못짓는 나라")
리우 올림픽 여자골프 감독을 맡았던 박세리가 지난 9월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서 "골프장 개별소비세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개별소비세란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등 사행성 오락에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게 왜 대중스포츠가 된 골프장에 아직도 붙어 있느냐는 지적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스키장에서도 사라진지 오래인 개별소비세를 50년간 골프장에 부과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수 년 전에도 개별소비세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졌지만 세수(稅收)가 줄어들 것만 걱정하는 관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골프는 사행사업이 아니다. 골프장은 더 이상 사치성 시설이 아니다. 국내 골프장이 500개가 넘고 골프인구는 1500만명에 이른다. 골프의 전설 박인비는 금년 처음 채택된 올림픽골프에서 금메달을 따 국위를 선양했고 세리키즈는 LPGA대회에서 맹활약 중이다. 특히 9월18일 끝난 에비앙대회에서 우승한 전인지는 골프의 새 역사를 썼다.
골프 발상지는 영국 스코틀랜드지만 골프 천국은 아무래도 미국이다. 우리나라가 인구 10만명에 골프장 하나 꼴이고 일본이 3만에 하나인데 비해 미국은 2만명당 하나씩이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산(山)으로 올라가는데 미국의 노인들은 골프장(場)으로 간다. 클럽하우스에서 브릿지게임을 하는 할머니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미국의 골프장은 '경로당'이다. 조금 여유있는 한국인은 골프백을 매고 너도 나도 외국으로 나간다. 일본 필리핀 중국 태국 등지의 골프장은 한국 골퍼들 덕에 특수를 누린다. 세계 어느 나라 국민이 골프채 들고 외국을 나다니는가? 매년 골프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이 3~40만명 된다고 하니 이들이 쓰는 외화만도 수천억원이 넘을 듯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골프장의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외국 사람도 골프치러 한국에 오지는 않는다. "골프장은 사치성 시설이라는 이유로"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3종세트의 세금이 중과되고 있다. 골프장의 땅은 생산을 유발하는 시설인데 도박장이나 유흥업소 취급을 당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에서 공 한 번 치면 개별소비세 등 모두 2만4120원의 세금이 붙는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골프장을 무조건 '컨트리 클럽'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country club은 매우 드물다. A country club is a privately owned club, often with a closed membership, that generally offer both a variety of recreational sports and facilities for dining and entertaining(컨트리클럽은 흔히 회원제 사설 클럽으로 다양한 오락적 스포츠및 식사와 여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컨트리클럽이 되려면 골프코스 외에도 테니스와 수영장이 필수적이다. 교외(country)에 위치한 컨트리클럽에는 골프장이 반드시 있지만, 모든 골프장을 컨트리클럽이라고 부르는 데엔 무리가 따른다.
또 골프장을 links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Links courses tend to be on, or at least very near to, a coast, and the term is typically associated with coastal courses, often amid dunes, with few water hazards and few, if any, trees(링크코스는 해변에 접헤 있든가 적어도 가까이 있는데 이 용어는 모래언덕 가운데 있는, 워터 해저드와 나무가 거의 없는 해안코스를 뜻한다). 정리하면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부분 golf club 수준이다. 바다나 호수를 끼고 있으면 golf links라고 부를 수 있고, 다른 스포츠 시설과 함께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country club이 되겠다. St. Andrews와 Pebble Beach(lodge가 있지만)는 모두 golf links다.
초기 상류사회 엘리트를 위한 사교클럽으로 생겨난 컨트리클럽은 산업화, 소득의 증대, 도시 근교의 개발에 따라서 대중화돼 왔다. 골프코스와 약간의 부대시설을 갖춘 골프장은 컨트리클럽이 아니고 골프클럽이다. 국내 골프장은 체육시설로 등록돼 있어 집은 커녕 수목원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김영란법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 골프장은 가족을 위한 종합휴양리조트로 바뀌어야 할 터인데, 숙박시설, 놀이시설, 주말농장, 주택, 연수시설, 풀과 테니스코트 어느 것도 지을 수 없다고 한다. 골프를 권장하기 앞서, 싼값에 누구나 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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