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종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 (신진연구)
![[의과학 칼럼] 파킨슨 질환 완전정복의 길](http://contents.dt.co.kr/images/201610/20161012021023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파킨슨 질환 완전정복의 길")
누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뇌의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그 기능 또한 서서히 떨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노화의 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중뇌 흑질 부위에 존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적절한 기능 유지는 우리 몸의 근육들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움직임을 정확하게 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신경세포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줄고 기능이 약화되게 되면 운동기능이 점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파킨슨 질환 환자의 경우에는 정상 노화과정보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소실되어 정상의 30% 정도만이 남았을 때 임상적인 운동 장애를 보이게 된다. 파킨슨 질환은 65세 전체 인구의 3% 정도가 영향을 받으며 대표적인 노인성 신경 퇴행성 운동장애 질환이다. 운동 장애를 조절하기 위해 도파민 전구체인 L-DOPA가 치료제로 쓰이고 있으며 부족해진 운동조절 신경회로를 직접 전기적으로 흥분시켜서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는 뇌심부 자극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여러 대증적 치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파킨슨 질환의 근본 원인인 점진적인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 퇴화를 막을 수 있는 치료제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파킨슨 질환에서의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을 제어하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도파민 신경세포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이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겠다. 파킨슨 질환 관련 유전자들의 연구로부터 질병 단백질들 간의 상호 작용이 세포 수준에서 많이 밝혀졌으며 이 중에서 검증된 몇 가지 세포 사멸과 직결되는 단백질 이상으로는 키나아제인 c-abl의 과활성화, 알파-시뉴클레인의 분해능 감소로 인한 축적, 파킨 단백질의 감소 등이 있다. 위에 언급된 단백질들의 이상 변화는 파킨슨 질환 동물 모델 뿐만 아니라 실제 파킨슨 질환 환자의 뇌에서 상관관계가 증명된 것들이다. 최근에는 c-abl저해제 Nilotinib를 사용한 소규모 제1임상 실험결과가 발표됐으며 말기 파킨슨 질환 12명의 환자 중 10명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운동기능의 향상 및 알파-시뉴클레인 집적체의 청소를 촉진하는 희망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이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도 남아있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을 독성단백질을 제거함으로써 회복시킨다면 충분히 운동기능을 다시 활성화해서 임상적인 치료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준다. 특히 Nilotinib와 같이 백혈병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라도 용량을 줄여서 장기간의 투여에도 독성 발현 없이 치료효과를 검증했다는 데에서 기존에 FDA 승인된 약물들의 리포지션닝이 파킨슨 질환 치료의 새로운 선도 치료제를 발굴하는데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파킨슨 질환에서 기능이 떨어져 있는 파킨의 활성을 증가시킨다면 c-Abl의 경우처럼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존 능력 및 기능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진은 한국연구재단, 삼성 의생명 연구재단, 그리고 성균 학술 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파킨의 발현을 증가시킬 수 있는 FDA 승인된 약물들을 가지고 스크리닝을 수행했다. 이중 안전성이 입증된 화합물들을 찾을 수 있었으며 마우스 뇌에서도 파킨의 양을 증가시키고 도파민 신경세포 독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이들 화합물들이 파킨슨 질환에서 나타나는 병리적인 변화를 정상화하는데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 및 여러 마우스 모델에서의 확인 과정을 거친다면 효과적인 파킨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파킨슨 질환의 근본 원인인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을 늦추거나 막고 기능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치료선도물질의 발굴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여러 파킨슨 질환 유전자의 연구를 바탕으로 마우스 모델과 실제 파킨슨 질환 환자에서 검증된 질병 타깃들을 조절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약물들을 스크리닝을 통해 발굴한다면 파킨슨 질환의 치료의 길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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