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디지털산책] 테슬라 한국상륙, 대응책 갖고있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610/20161012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테슬라 한국상륙, 대응책 갖고있나")
다음달 테슬라가 드디어 한국에서 첫 영업소를 개점해 운영을 시작하고, 내년부터는 고급 세단인 모델 S 부터 판매를 시작한다고 한다. 지난 8월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으니, 이미 소비자들의 팬덤이 발동됐고, 직접 매장을 방문해 전시된 차량을 보기위한 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다. 2003년 페이팔의 최고경영자인 엘론머스크(Elon Musk)가 교류 전기 시스템의 기초 이론을 확립한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서 창업해 2010년 6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기존의 하이브리드 모델과는 달리, 내연 엔진을 쓰지않고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순주 전기차인 테슬라는 비록 지난 13분기 동안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금년 6월 포브스가 발표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에 오르며 자동차 시장의 변혁을 이끌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에서 이제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이 1%를 돌파했고,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테슬라는 2위 쉬보레 볼트 판매량의 2배를 넘으면서 전기차 시장의 선두를 기록하며 올 판매 목표 8만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현대 기아 자동차의 2015년 판매량이 496만대이니, 테슬라의 현 판매 실적은 사실상 무시할 수준이지만, 노르웨이의 경우 신차 중 전기자동차의 비율이 20%를 넘고 테슬라의 예약 주문이 전세계적으로 40만대를 돌파했다고 하니,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역으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2014년 4월과 9월 테슬라 판매를 시작해 전기차 시장에 대한 상당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찍이 전기자동차를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중국내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으로 적극적인 지원책을 아끼지 않아, 상당수의 충전소(약 4대당 1기)를 배치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테슬라와 협동 전략을 구사해 현지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바, 베터리와 어댑터를 일본 현지 기업이 생산하도록 합의했으며, 역시 적극적으로 충전소를 설치해(약 3대당 1기) 사용자 불편을 해소하는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테슬라 내지 전기차에 대한 정책은 어떠한가? 일단, 모델 S의 경우 중국과 일본 사이의 가격인 1억원대로 예상되지만 정부보조금 지원 대상이 70kwh급으로 제한되어 있어 고급 사양의 경우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또한, 테슬라는 독자적인 전용 충전기(슈퍼차징 스테이션)가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고, 국내 표준 완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10시간 이상의 너무 오랜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애플 스마트폰에서 겪은 바 있다. 2007년 6월 출시된 애플 스마트폰은 국내 산업 보호 차원에서 2년 후 가을쯤 수입되어 보급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국내 경쟁력은 손상을 받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부품이나 앱 서비스 개발 등의 관련 분야 경쟁력이 2년 뒤처져 출발하게 된 부작용도 있었다. 전기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전기차의 기술력은 충전 거리가 테슬라의 반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충전시설 구축도 미미해 판매 실적도 기대이하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비단 현대 기아 자동차뿐이겠는가? 일본처럼 국내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한 협동 전략도 가능하고, 중국이나 북유럽 국가처럼 환경 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금 정책으로 환경 관련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전기차의 수요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는가(즉, 발전)에 따라 종합적인 환경 개선 효과가 결정되므로, 전기자동차 시대에 맞춘 전기 생산 전략도 아울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전기차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전부 환경에서 충당하기로(예, 수력, 조력 등)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아울러, 구매 비용 이외 각종 세금이나 비용(예, 주유세, 등록세, 주행비용, 주차비용 등) 지원에 대한 세금 수입 감소에 대한 대책 또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미 현대 기아 자동차의 국내 점유율은 50%대로 하락했고,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시될 경우 그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도시 및 국가에서 기존 내연 엔진 자동차를 환경 친화 자동차로 대체하려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국내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정책이나 비전을 이제는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자동차 시장은 완성차 조립 업체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 대세인 전기차가 몰고 올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테슬라의 한국 도래가 뒤늦은 감이 있으나, 애플 스마트폰의 경우와는 다른 보다 전략적인 정부의 대응과 전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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