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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과학기술 50년과 노벨상

 

남도영 기자 namdo0@dt.co.kr | 입력: 2016-10-06 17:05
[2016년 10월 07일자 10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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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과학기술 50년과 노벨상
남도영 생활과학부 기자


비싸고 유명하다는 음식을 먹고도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고 몸에도 좋다는데 영 싱겁다. 늘 먹는 자극적인 음식에 입맛이 길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그랬다. 100년 만의 대발견으로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중력파 검출이나,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주목받는 유전자 가위는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상을 받지 못했다. 어려운 개념은 둘째 치고, 대체 무엇이 중요한지도 아리송한 '위상상전이' 연구자가 상을 받자 순간 입맛이 싱거웠다. 과학자들은 "언젠간 받을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반응이었지만, 현재 유명세를 떨치는 것도, 당장 수억, 수조의 시장을 여는 영역도 아닌 성과를 어떤 맛으로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만큼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생각에 씁쓸함까지 느껴졌다.

우리 과학기술은 '경제적 성과'라는 자극에 늘 익숙하다. 올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50년이 되는 해다. KIST 설립 당시 초대 원장인 최형섭 박사는 해외에서 연구하던 한인 과학자들을 유치하면서 "노벨상을 받으려면 여기 오지 말라"고 말했다. 경제논리 앞에 과학자들은 호기심과 창의성을 발휘할 여유가 없었다. 시작부터 연구의 목표는 오직 경제성장에 맞춰졌고, 해외 선진 기술을 재빨리 소화해 우리 것으로 만드는 '빠른 추격자' 전략에 치중했다.

이런 전략으로 1970∼90년대 압축적인 고도성장에 성공하자 과학기술 발전이 곧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자리 잡았다. 2000년대 들어 추격자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고, 새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해지자 연구개발(R&D) 투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기초-응용-기술개발'이라는 과학기술 혁신모델을 거꾸로 발전시켜온 탓에 예산 투입을 늘려도 예전만큼 파급력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년 가까이 과학기술 체계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 정부도 다양한 과학기술 혁신정책을 내놨지만, 단기 경제적 성과에 대한 조급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알파고'와 '포켓몬고' 열풍 같은 일시적 흐름에 성급히 미래를 맡기고 있다. 비전과 목표, 방법론이 모두 제각각이니 일이 잘 풀릴 리 없다. 마음은 앞으로 뛰는데, 눈은 지나온 길만 쳐다보고 있으니 자꾸 발을 헛디딘다.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벨상이 아니라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다.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입맛부터 바꿔야 한다. 건강한 음식은 싱겁고 약은 입에 쓰다. 최근 국내 대표 과학자들이 기초과학 연구 지원을 늘려달라는 공개청원을 했다. 정부는 해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이들과 보다 깊게 소통하고, 본질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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