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유럽 내 기술 초기벤처기업(스타트업)에 약 1억유로(약 1239억원)를 투자한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패권을 쥐고 있는 유럽시장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계학습 등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프랑스 벤처투자업체 코렐리아 캐피탈(Korelya Capital)의 펀드 출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차기 국외 진출과 관련해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곳이 유럽 시장"이라며 "이번 펀드 투자는 단순 투자를 넘어 전략적 사업 진출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코렐리아 캐피탈은 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프랑스 전 디지털 경제장관이 설립한 프랑스의 투자 회사다. 네이버와 자회사 라인은 펠르랭 대표와 손잡고 이 회사 벤처 펀드인 'K-펀드 1'에 각각 5000만 유로를 출자한다. 총 1억유로(1239억원)의 자금 중 7000만유로는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 3000만유로는 오는 11월부터 신기술 전용 벤처캐피탈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다. 대상은 인공지능·빅데이터·기계학습·딥러닝·온라인 서비스 등 첨단 분야의 프랑스와 유럽 각국 스타트업(초기벤처기업)이다.
이렇게 육성한 유럽 내 기술 스타트업은 향후 네이버와 라인의 유럽 시장 진출의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와 라인은 코렐리아 캐피탈을 통해 프랑스에서 앞으로 5년 내 최소 하나 이상의 가치평가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일명 '유니콘')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자금 지원 외에도 투자를 받는 업체들과 정보 공유, 기술 자문, 시장 연구 등 협업을 할 예정이다.
이 의장은 "라인이 일본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성과를 낸 것처럼 해외시장 진출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유럽 시장에서 네이버가 사업을 하려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파트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렐리아 캐피탈에 투자하는 것은 (유럽시장에) 첫 걸음을 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네이버와 라인이 가교역할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는 프랑스 정보기술통신(ICT) 정책 방향과 네이버 양측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현재 유럽 ICT 산업 지형은 검색은 구글, 동영상은 유튜브, 소셜미디어는 페이스북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최근 유럽연합(EU)은 미국에 뒤진 자국 내 ICT산업 육성을 위해 회원국 간 국경 없는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을 추진하며, 자국 스타트업을 키우고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펠르랭 대표는 "열린 공간인 인터넷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하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몇몇 주자만이 이러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 프랑스 등 유럽 내 첨단 기술 벤처의 '성공 스토리'가 필요하다. 네이버·라인은 이런 우리 스타트업에 좋은 모범이 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정채희기자 poof34@dt.co.kr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 7월 15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자사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라인 상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