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폐지·분리공시 등
정치권서 개정안 잇단 발의
상한제 따른 지원금 축소로
체감 단말기 가격 높아지고
불법보조금 지급 더 교묘해져
정치권서 개정안 잇단 발의
상한제 따른 지원금 축소로
체감 단말기 가격 높아지고
불법보조금 지급 더 교묘해져
내달 1일 시행 2년 맞는 '단통법'
내달 1일이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꼭 2년을 맞는다. 그러나 시행 2년이 지나도록 논란이 잦아들기는커녕 개정 요구만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이 안정화되고, 가계통신비가 줄었다고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통신 유통 업계에서는 "다 죽는다"는 울음이 터져 나오고,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이통사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20% 요금할인, 선택약정)에 속 앓이를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단통법은 단골 이슈다. 국회에서는 이미 지원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 도입 등을 담은 다양한 개정안이 줄줄이 발의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통법의 실제 수정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휴대전화 구매시 지급하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여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막고, 합리적인 소비문화 확산을 통해 가계통신비를 경감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2012년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갤럭시S3가 17만원까지 떨어지며, 이통 시장에 본격적인 '대란'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휴대전화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이 대두한 데 따른 것이다.
단통법의 핵심은 보조금(지원금) 지급 규모를 공개하고, 지원금을 최대 33만원(25만~35만원 범위에서 정부가 결정)까지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 마련 당시부터 1인당 지원금 상한선을 정하는 등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통제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말 그대로 기업의 자율적 경쟁을 제한하고 "싸게 파는 것이 죄"가 되는 시대가 됐다는 주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 시행 후 가계통신비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2013년 15만2792원에서 2014년 15만350원, 지난해 14만7725원으로 소폭이나마 꾸준히 줄고 있다. 20% 요금할인도 대표적인 성과다.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외산폰, 공기계를 가진 이용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20% 요금할인 누적 가입자는 이달 초 1000만명을 넘어섰다. 과거 이통 시장이 프리미엄폰에만 집중됐다면, 50만원 미만 중저가폰 비중도 늘었다.
그러나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냉혹하다. 상한제에 따른 지원금 축소로 체감 단말기 가격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80%는 단통법으로 인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느끼지 못했고, 30.9%는 오히려 가계통신비가 늘었다고 답했다. 가계통신비가 줄었다는 응답은 11.0%에 그쳤다.
단통법 이후 불법 보조금이 근절된 것도 아니다. 밴드, 온라인 등을 통한 불법 보조금 지급은 한층 더 교묘해졌으며, '현아(현금완납)', 'ㅍㅇㅂ(정가로 개통했다가 추가 현금을 주는 페이백을 뜻하는 은어)' 등 초성을 이용한 각종 암호가 난무한다. 또 단통법에 따른 시장 침체로 번호이동 시장은 반토막이 났고, 곳곳에서 판매점 폐업이 이어지며 통신유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마케팅비가 줄며 영업이익이 늘어나자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라는 비난을 받는 이통사 역시 시장 점유율 고착화와 20% 요금할인에 따른 장기적 매출 감소가 걱정거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통법 수정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서도 지원금 상한선 폐지, 분리공시, 위약금 상한제, 20% 요금할인율을 30%로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그러나 실제 수정까지는 다소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금 상한 규정이 내년 9월로 사라지는 데다, 겨우 안착한 단통법을 수정할 경우 또다시 극심한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현실적으로 단통법을 수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단통법 수정이 소비자 혜택이 아닌 유통망과 제조사 이익 증대로 귀결될 공산이 크고, 장기 사용자에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리공시를 도입하고 리베이트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단통법 수정은 소비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조사 영업기밀 노출 문제로 분리공시가 어려운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정부가 단통법을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통법은 긍정적인 효과가 좀 더 크다고 판단해 내년 9월 지원금 상한제의 일몰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런데도 개정안이 언급된다면 지원금의 분리공시제 도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내달 1일이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꼭 2년을 맞는다. 그러나 시행 2년이 지나도록 논란이 잦아들기는커녕 개정 요구만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이 안정화되고, 가계통신비가 줄었다고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통신 유통 업계에서는 "다 죽는다"는 울음이 터져 나오고,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이통사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20% 요금할인, 선택약정)에 속 앓이를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단통법은 단골 이슈다. 국회에서는 이미 지원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 도입 등을 담은 다양한 개정안이 줄줄이 발의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통법의 실제 수정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휴대전화 구매시 지급하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여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막고, 합리적인 소비문화 확산을 통해 가계통신비를 경감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2012년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갤럭시S3가 17만원까지 떨어지며, 이통 시장에 본격적인 '대란'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휴대전화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이 대두한 데 따른 것이다.
단통법의 핵심은 보조금(지원금) 지급 규모를 공개하고, 지원금을 최대 33만원(25만~35만원 범위에서 정부가 결정)까지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 마련 당시부터 1인당 지원금 상한선을 정하는 등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통제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말 그대로 기업의 자율적 경쟁을 제한하고 "싸게 파는 것이 죄"가 되는 시대가 됐다는 주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 시행 후 가계통신비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2013년 15만2792원에서 2014년 15만350원, 지난해 14만7725원으로 소폭이나마 꾸준히 줄고 있다. 20% 요금할인도 대표적인 성과다.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외산폰, 공기계를 가진 이용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20% 요금할인 누적 가입자는 이달 초 1000만명을 넘어섰다. 과거 이통 시장이 프리미엄폰에만 집중됐다면, 50만원 미만 중저가폰 비중도 늘었다.
그러나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냉혹하다. 상한제에 따른 지원금 축소로 체감 단말기 가격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80%는 단통법으로 인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느끼지 못했고, 30.9%는 오히려 가계통신비가 늘었다고 답했다. 가계통신비가 줄었다는 응답은 11.0%에 그쳤다.
단통법 이후 불법 보조금이 근절된 것도 아니다. 밴드, 온라인 등을 통한 불법 보조금 지급은 한층 더 교묘해졌으며, '현아(현금완납)', 'ㅍㅇㅂ(정가로 개통했다가 추가 현금을 주는 페이백을 뜻하는 은어)' 등 초성을 이용한 각종 암호가 난무한다. 또 단통법에 따른 시장 침체로 번호이동 시장은 반토막이 났고, 곳곳에서 판매점 폐업이 이어지며 통신유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마케팅비가 줄며 영업이익이 늘어나자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라는 비난을 받는 이통사 역시 시장 점유율 고착화와 20% 요금할인에 따른 장기적 매출 감소가 걱정거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통법 수정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서도 지원금 상한선 폐지, 분리공시, 위약금 상한제, 20% 요금할인율을 30%로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그러나 실제 수정까지는 다소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금 상한 규정이 내년 9월로 사라지는 데다, 겨우 안착한 단통법을 수정할 경우 또다시 극심한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현실적으로 단통법을 수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단통법 수정이 소비자 혜택이 아닌 유통망과 제조사 이익 증대로 귀결될 공산이 크고, 장기 사용자에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리공시를 도입하고 리베이트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단통법 수정은 소비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조사 영업기밀 노출 문제로 분리공시가 어려운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정부가 단통법을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통법은 긍정적인 효과가 좀 더 크다고 판단해 내년 9월 지원금 상한제의 일몰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런데도 개정안이 언급된다면 지원금의 분리공시제 도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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