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자문위원
![[디지털산책] 명예훼손 징벌적 배상제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28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명예훼손 징벌적 배상제 필요하다")
사이버공간을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인터넷의 특성상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범죄자에 대한 가벌성이 매우 크고 따라서 보다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70조는 이른바 사이버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범죄구성요건은 첫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둘째, 정보통신망을 통해, 셋째, 공공연하게, 넷째,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섯째,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야 한다. 이 때 명예훼손 사실이 진실인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거짓인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거짓을 꾸며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를 훨씬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는 당연히 그러한 행위의 가벌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위 범죄구성요건 중에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가장 중요하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가벌성은 있다. 하지만 상황을 잘 모르고 또는 선의로 한 행위까지도 모두 형사처벌하는 것은 자칫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으므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행한 악의적인 명예훼손행위만을 범죄로 규정한 것은 매우 타당한 입법이라고 하겠다. 비방할 목적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을 결여하므로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비방의 목적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므로 합헌이라고 했고,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의 의미에 관하여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돼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범죄구성요건이 충족되면 범죄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것만으로 범죄자의 책임이 다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악의적인 사이버명예훼손행위는 범죄자를 무겁게 형사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손해를 최대한 복구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피해자가 입는 손해는 주로 정신적 손해지만, 예컨대 명예훼손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학교를 못 다니게 되거나 직장을 잃게 되거나 사업을 망하게 된다면 재산적 손해배상도 당연히 필요하다.
사이버명예훼손 피해자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때 청구하는 손해배상액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판사가 모든 사정을 고려해 최종 배상액을 정하게 되므로 굳이 징벌적 배상제도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모든 손해배상 청구는 그 금액의 계산에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원고에 의해 청구된 금액에 대해 법관은 다양한 요소를 참작해 최종 금액을 판단하고 선고하게 되는데, 만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이렇게 결정된 배상액에 다시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액으로 환산하여 선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법률에 도입된 많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금액은 일률적으로 3배 배상으로 규정돼 있는데, 만일 동일하게 3배배상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최종 배상액은 산출된 금액에 3배를 곱하여 얻어지는 금액이 될 것이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유출의 책임에 관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3배배상제도가 도입돼 있다. 개인정보유출도 큰 문제이지만 악의적인 명예훼손을 당해 회복불가능한 인격권침해를 입은 피해자의 피해를 최대한 복구하고 가해자에게 형사처벌보다 더욱 효율적일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사이버명예훼손행위에 대해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범죄자 혹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 예상되는 통상의 손해액보다 훨씬 큰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그래서 자신의 남은 삶이 경제적으로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면 함부로 타인을 비방하는 습관을 자제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정보통신망 즉 인터넷을 통한 악의적 사이버명예훼손행위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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