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시론] 로봇산업 `오만과 편견` 버려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2702102751607001[1].jpg "[시론] 로봇산업 `오만과 편견` 버려야")
최근 뉴욕·뉴저지 폭발 사건 용의자가 체포됐는데 그가 설치한 폭발장치 10개 중 2개만 터졌다고 한다. 뉴저지 엘리자베스역에 설치됐던 폭발장치는 이를 발견한 시민의 신고로 폭탄 제거 로봇에 의해 해체됐다. 로봇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했으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인간을 위해 개발되는 로봇 활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하나 더 추가했다.
한편 알파고 영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지능이 핵심인 소셜 로봇(Social Robot)의 개발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와 같이 인간을 상대하는 소셜 로봇은 인간과 인지적, 정서적 교류를 통해서 인간에게 다양한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휴머노이드 연구도 이에 속한다.
로봇은 현재 크게 위의 예와 같이 두 가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하나는 인간을 위한 도구로서의 로봇이고 또 하나는 끊임없이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이다. 신기술 대부분이 그렇지만, 여기서 문제는 실용과 과장(Hype), 허구(Fiction)가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장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장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허구는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달성 가능한 고단한 실용은 성장동력이나 창조경제가 될 수 있고 4차 산업혁명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과장과 허구는 먼 미래의 5, 6차 산업혁명의 내용이 될 것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과장에 해당하는 개발도 한다. 이들은 의도된 과장을 통해서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고 고도의 몰입연구를 기획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현재 기술로 할 수 있는 로봇의 최고 한계를 찾기도 하고, 도달되는 수준의 기술로도 충분한 플랜(Plan) B를 달성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4대강 물고기 로봇, 양팔 로봇, 웨어러블 로봇, 견마 로봇, 자동차 용접을 위한 고밀도 작업 로봇들,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이 대표적인 과장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의도된 과장과 한계 도전이라는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 만일 과장을 처음부터 실용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만이다.
선진국에도 로봇 분야의 허구는 존재한다. 그들이 수행되는 허구 연구의 본질은 로봇 자체가 아니라 인간을 더 이해하기 위한 실험 인문학이다. 인간은 무엇(What)인지, 인간은 로봇과 기술로부터 무엇을 바라는지, 그리고 인간은 로봇에게 무슨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로봇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이 로봇을 좋아하니깐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제한된 목적 이외에는 대부분은 실패한다. 그 이유는 정확한 요구사항이 정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잠시 반짝이고 지나간 소니의 아니보(AIBO)가 대표적이다. 유치원 교사보조로봇, 노인을 돌보는 로봇, 작업과 로봇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지능연구 등이 대표적인 허구에 해당한다. 만일 사람들이 로봇을 좋아하니깐 구매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또 인간이 할 수 있으니 기술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편견이다.
몇 년 전 유명한 미국 로봇회사 대표가 초청되어 우리나라 로봇 정책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하니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은 인간에 도움이 되는 로봇만 한다고 했다. 그럼 우리나라가 개발하는 로봇들은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일까. 로봇 예산이 많지만, 쓸데가 없어서 그렇게라도 해야 할까? 아니면 좋은 실용 분야와 도전을 찾지 못해서일까. 안타깝게도 알파고 사건은 잘못된 과장과 허구를 더욱 크게 확대하고 있다.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나중에 후배들의 원망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로봇에 있어서 오만은 로봇이 우리나라에 기여할 기회를 뺏어 버린다. 편견은 우리나라의 로봇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방해한다. 지난 15년간 얼마나 많은 오만과 편견 속에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제는 그 많은 실패의 경험이 높은 인식과 자긍심으로 발전하여 인간이 중심이 되는 허구 연구, 의미 있는 과장과 한계 도전,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위한 진실한 실용을 위해 노력하는 때가 빨리 오길 기대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