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적자로 보유자금 7000억뿐
무형자산 네트워크·영업망 흡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수도
무형자산 네트워크·영업망 흡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수도
자산 인수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고 무형 자산에 해당하는 네트워크나 영업망을 흡수하는 방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어서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경영과 인사, 정보기술(IT) 분야로 나눠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경영컨설팅은 AT커니, IT와 인사는 IBM과 국내 컨설팅 업체가 진행 중이다. 결과는 11월 중순쯤 나올 예정으로, 이번 컨설팅에서는 한진해운의 선박과 인력, 영업 네트워크 등 우량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선대와 노선 등에서 공백이 생긴 상황이라 컨설팅에서 이 부분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대상선이 바로 승계할 수 있는 자산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추려낼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선주사에 반납하거나 자동차 할부처럼 선박금융으로 매입한 선박을 넘겨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용선주(선박 임대사업자)와 선박금융을 지원한 금융회사 입장에선 배를 놀리기보다 현대상선으로 승계하는 방향을 선호할 것으로 보고,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최대한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다. 한진해운이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97척으로 한진해운 소유가 37척, 빌린 배는 60척이다. 이중 운임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대형 선박은 1만TEU(6m짜리 컨테이너 1개)급이 15척, 1만3000TEU급이 9척 등 1만TEU 이상 컨테이너선이 24척이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고, 무형 자산에 가까운 네트워크나 영업망을 흡수하는 게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4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보유 자금이 7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물류 대란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각 사마다 매주 최소 100억원대 이상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현대상선 역시 영업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하려 할 경우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이 구축한 네트워크와 영업망을 흡수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물류 대란을 경험한 국내외 화주들은 현대상선의 영업력 강화보다는 재무 구조가 탄탄한지를 더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었던 한진해운의 몰락이 머스크나 MSC 등의 해운 공룡을 중심으로 과점화를 강화해 10위권 밖의 선사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의 자넷 포터 편집국장은 최근 사설에서 "납품업자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선사와 거래를 꺼릴 것이고, 항만과 터미널도 조금이라도 불안한 선사들에게는 충분한 지급 보증을 요구할 것"이라며 "물류 대란을 겪은 화주들은 재무적으로 건전한 선사로 몰릴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해운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져온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반대의 경우 분명 재무 건전성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산업은행과 경영진이 어떻게든 경영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자산을 인수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