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시장기술 창출능력` 키우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2602102351607001[1].jpg "[시론] `시장기술 창출능력` 키우자")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주력 품목의 경쟁력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출 시장에서 13대 품목(석유제품, 선박류, 철강제품, 석유화학, 평판디스플레이, 섬유류,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부품, 일반기계, 자동차, 가전, 컴퓨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5%에서 2015년 47.4%로 상승했다. 그러나 우리가 수출한 13대 품목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1년 5.7%에서 지난해 5.3%로 떨어졌다. 또한 13대 주력 품목이 우리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2.2%에서 78.6%로 하락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 가격 경쟁력 약화 등으로 2012년부터 수출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그 동안 제품 및 공정 기술을 포함한 엔지니어링 기술(Engineering Technology)의 발달로 우리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제고됐고, 이를 토대로 세계 시장에서 후발 주자였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엔지니어링 기술은 중국과 같은 신흥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더 이상 경쟁우위가 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우리 수출경쟁력은 하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추락하고 있는 수출 경쟁력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 우리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기업은 엔지니어링 기술뿐만 아니라 시장 기술(Market Technology)을 창출해야 한다. 시장 기술이란 해외시장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다. 다시 말해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소비자, 경쟁기업, 현지정부, 현지인력 등을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는, 즉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을 장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우리기업은 시장 기술보다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앞세워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 시장 공략 전략은 더 이상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우리기업은 시장 기술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지속적인 시장 기술 창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 시장을 구성하고 새로운 소비자, 경쟁기업, 현지정부, 현지 근로자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분석이 선행돼야 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할 수 있는 학습이 요구된다. 그리고 우리기업의 터전인 국내시장과 상이한 해외시장의 구성원들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경영 관리 능력을 배양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따라서 성장이 둔화된 국내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을 수출을 통해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 즉 시장 기술 창출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에 우리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인력 양성 방향은 엔지니어링 기술에 초점을 맞춰 경영 및 사회과학 인력을 줄이는 대신 이공계 인력을 확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인력 양성 정책은 향후 우리 수출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다.
우리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엔지니어링 기술이 취약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시장 기술 창출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는 엔지니어링 기술뿐만 아니라 시장 기술도 창출할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함은 물론 시장 기술 전문 인력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엔지니어링 기술과 시장 기술을 융합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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