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 설계만으론 강진 못견뎌
면진·제진 설계까지 적용돼야
전문가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
구조기술사 등 양성 팔걷어야
면진·제진 설계까지 적용돼야
전문가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
구조기술사 등 양성 팔걷어야
경북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강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지진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아파트 방진 설계는 크게 미흡한 상황이다. 대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설계가 적용돼 있지 않으며 심지어는 설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 개선이 시급하다.
25일 특허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국내 아파트에는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방진 설계 공법 중 '내진설계'가 모두 적용돼 있다. 보와 기둥의 단면을 크게 설계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으로는 지진이 최초 발생한 거리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규모 7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지진에 견디려면 지반과 건축물 사이에 탄성체 등 삽입해 지진 진동 줄이는 '면진설계'나, 구조물의 진동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나 기구를 설치, 지진 시 진동에 반력을 가해 피해를 감소시키는 '제진설계'가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일부 고급 빌라나 롯데월드타워 등 초고층 건물을 제외하고는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첨탑부의 다이아그리드와 아웃리거, 벨트트러스 등 첨단구조물로 순간최대풍속 80m/s와 진도9의 지진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건축물의 내진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제진설계 기법의 하나인 댐퍼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댐퍼는 지진이 났을 때 건물이 바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진 여파를 분산시켜주는 제진 장치다. 현재까지 댐퍼가 적용된 건물은 일부 학교 건물과 김포공항 등에 불과하며 적용 시기는 5년 정도로 비교적 최근에 설치돼 아직 교체할 필요는 없다. 향후 대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건축주가 건물에 확대 적용해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건축 업계는 방진설계나 댐퍼 교체에 드는 상당한 건축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규모 6에서 규모 7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나 철근구조물이 많이 들어가는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므로 건설사가 개별적으로 기술 개발을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설사 개별 건설사가 하더라도 건축비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에서 건축 기준을 높여주고 이에 따른 비용 지원을 해주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롯데건설은 리모델링 건축물의 내진성능을 높이는 변위 증폭형 댐퍼를 개발해 주목받는다.
기존 건축물에 신설 구조물을 끼워 넣는 형태로 구조체 내부의 상, 하부 플레이트 사이에 설치된 변위 증폭기가 지렛대 역할을 해 지진에 의한 수평 방향 에너지를 충분히 분산시키도록 한 것이다. 수직 증축층 외에 기존 건축물의 내력벽 사이에도 손쉽게 설치 가능하며 건물에 요구되는 내진 성능에 맞춰 최적으로 제작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건축 비용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전문가 부재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란 단국대학교 교수(한국건설안전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는 "우리나라가 지진의 역사가 짧다 보니 미국이나 일본처럼 강진에 대비한 면진설계나 제진설계 등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서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 면진설계를 하고 있더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구조기술사 같은 지진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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