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IBM 클라우드 사업부대표(상무)
![[DT광장] 클라우드 성패, `하이브리드`에 달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2302102351747001[1].jpg "[DT광장] 클라우드 성패, `하이브리드`에 달렸다")
지난 5월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규제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시 금융, 의료,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관련 규제를 일제히 정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논의에 따라 금융분야에서는 민감한 정보를 제외한 업무는 원칙적으로 물리적 망분리의 예외를 허용하고, 의료분야에서는 의료의 전자의무기록 외부보관과 관련해 클라우드 이용을 가능하게 할 예정이며, 원격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별도의 물리적 서버 구비 등 전산설비 요건을 삭제하기로 하는 등 그동안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야기했던 많은 조항들이 구체적으로 검토가 되고 있다.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입장으로 더할 나위없이 반가운 소식이며,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규제 요건들을 개선하는 작업은 다양한 법 조항이 얽히고 설켜있어 마치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요한다. 예를 들어, '민감 개인 정보'를 제외한 업무에 대한 클라우드 이전에 대한 규제 조항을 없앤다고 하면, 그 다음에는 '민감 개인 정보'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 식이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 등 중요한 문제들이 결부되어 있다보니 정부에서도 한 단어 한 단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금융, 의료, 교육 분야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들도 어떤 업무들은 퍼블릭 클라우드로 옮겨도 되는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인프라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퍼블릭 클라우드에 옮긴 데이터와 사내, 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어떻게 연계하여 사용해야 하는지 등 일단 클라우드를 고려하면 바로 직면하는 복잡한 문제들에 번번히 클라우드 도입을 미루거나, 아니면 아주 일부 업무에만 도입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비즈니스 환경이 클라우드에 의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미 2013년에 발표된 IBM 글로벌 스터디에 따르면 클라우드 도입 기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 성장세는 두배, 영업이익 성장률은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클라우드 서비스가 단순히 인프라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경쟁 우위 확보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에어버스 사례는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12년 항공사들의 마진은 승객 한 명당 4달러인데, 항공기 지연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미국만 봤을 때도 1년에 80억달러(약 9조 3000억원)에 달하고 있었다. 항공기 정비의 시간당 손실이 1만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도착한 비행기를 얼마나 빨리 정비해서 다시 내보낼 수 있는가가 항공사 수익에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업계 일반적인 정비 시간은 45분 이상이나 에어버스는 클라우드와 모빌리티에 기반한 스마트 플라이트 환경을 구축해 이를 25분 정도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에어버스는 항공기를 통해 생성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모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 통합해 정비 기술진들에게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으며, 비행 조종사의 이륙과 착륙을 최적화해 연료 절감 효과도 거뒀다. 최근에는 웨스트팩이라는 뉴질랜드 선두 은행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해외 언론에 보도가 됐다. 이 은행은 투자자들이 은행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CTI (Cost to Income: 수익대비비용)면에서 뉴질랜드 빅4 은행중 선두자리를 잃자 이와 같이 선언했다. 웨스트팩은 기업 비즈니스를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사내 시스템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PaaS와 SaaS를 활용하여 CTI를 최소화하여, 여기에서 발생하는 투자 여력을 고객 정보 보안 강화등 대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외국 기업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국내 많은 기업들도 이미 클라우드를 통한 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일반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도입은 여전히 쉽고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기업의 모든 업무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웨스트팩처럼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사내 시스템을 모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비즈니스를 잘 분석해 어떤 워크로드가 어떤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은지, 각 데이터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해 활용하도록 할 것인지, 그리고, 이렇게 구성한 클라우드 환경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를 바탕으로 한 로드맵과 청사진이 있어야 하며, 이는 클라우드를 통한 기업 혁신과 경쟁 우위 확보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과 의지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한, 클라우드 구축에서 관리까지 모든 부문에 대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웨스트팩 CIO의 말처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이제 기업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긴급한 문제(a matter of urgency)"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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