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 KISTEP 선임 연구위원
![[디지털산책] `맞춤형 지역 R&D센터`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20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맞춤형 지역 R&D센터` 필요하다")
최근 언론에서 국책사업들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의 결과가 엉터리로 전락되어 수조원의 예산을 낭비한 사례가 적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정치논리나 특정 지역의 이해를 배제한 수요 예측 등의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시행여부가 결정되어야 하나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국책사업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기구를 신설하고 잘못된 수요 예측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작성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수요예측을 부실하게 해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끼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언론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대부분이 항만, 공항 등의 SOC사업들이지만,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도 특정 지역에 R&D센터를 구축하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구축 타당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5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지역 R&D센터의 건립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철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 R&D센터 구축은 사업비가 500억 원 미만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이 아니며 정치적 논리로 무분별하게 추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지역의 성장동력산업 육성을 목표로 시설구축과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부의 광역거점지원사업은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신청 등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예산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지역사업 전략성 및 효율성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지역의 전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과의 공동연구개발, 연구개발 지원 및 시제품 생산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인 지역특화센터는 약 80여개가 구축 및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출연연구소 분원은 전국에 55개가 운영 중이고 9개는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지역 R&D센터가 건립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치적으로 홍보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재원 배분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바라볼 때 구축된 R&D센터가 지자체에 항상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도 아니다. 지역 R&D센터의 구축이 완료된 후에도 시설 및 장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비용이 요구되며, 이런 비용은 대부분이 지자체의 몫으로 향후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 R&D센터의 운영 측면에서도 지역 내의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채 구축된다면, 활용도가 떨어지고 결국에는 시설 및 장비가 업데이트되지 못한 채 흉물로 남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정부도 이렇게 무분별하게 구축되는 지역 R&D센터 및 출연연 분원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설치를 엄격히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말 지역 R&D센터 및 분원 설치의 타당성 검증을 강화하기 위하여 예비타당성조사 수준에 준하는 사전심의절차를 마련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적합한 것으로 판정된 사업에 한해 예산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정부출연연구소도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강릉센터를 폐쇄하여 강원대 내 춘천센터와 통합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분원 등 지역조직을 통폐합 하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자체도 지역경제를 육성하겠다는 명분하에 R&D센터만 구축된다면 관련 기업들이 이주하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기획 초기부터 지역에 위치한 산학연의 충분한 수요를 파악하고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한 후에 구축을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