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ㆍKAIST 명예교수
![[이슈와 전망] AI 장기적 육성전략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19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AI 장기적 육성전략 필요하다")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준 이후 6개월이 지났다. 알파고 충격이 4차산업혁명이라는 화두와 겹쳐지면서 여기저기서 변화를 서두르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과연 우리 사회는 알파고의 충격과 4차산업혁명의 격랑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정부차원에서도 '지능정보사회 추진단'을 설립하고 기술개발, 산업 육성, 인력양성, 법제도 보완 등으로 세분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기술발전과 사회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대책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알파고가 4차산업혁명과 동시에 알려지게 된 것을 참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기술이 인공지능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생각을 자동화하는 기술로서 컴퓨터가 발명된 70여년 전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여러 번의 부침이 있었으나 요즈음 성과를 많이 내고 있다. '인공지능'이란 단어로 언론 검색을 해보면 하루에 평균 20여건의 기사가 뜬다. 세계 곳곳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 지고, 기존의 서비스가 자동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가 만드는 사회변화를 소프트웨어 혁명이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명칭은 주로 유럽 인사들이 사용한다. 소프트웨어 혁명은 우리의 정신노동을 자동화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산업혁명과 차별화 된다. 소프트웨어로 변화되는 세상, 그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다.
소프트웨어,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은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다.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꾼다. 따라서 우리의 사회 질서도 바뀐다. 교통시스템이 바뀌고, 건강관리 방법이 바뀐다. 가정에서는 로봇이 도움을 주고, 교육도 개선된다. 소프트웨어로 사회의 안전과 보안이 담보되며, 문화예술까지도 인공지능이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전공자도 많지 않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도 무엇이 인공지능이고, 무엇이 인공지능이 아닌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과대한 기대를 하거나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사람들은 물론 법·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정확하게 인공지능의 능력과 한계, 그리고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 투자에 신념을 갖고 자신 있게 정책을 펼쳐나가게 될 것이다.
지능정보사회 추진 대책의 일환으로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주도할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준비해오던 것이 알파고 이후 속도를 내게 됐다. 제대로 된 인공지능 연구기관이 없던 차에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기술도 연구 범위에 포함해 연구소의 이름을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라 했다. 이 연구소는 민간의 출자로 주식회사 형태를 설립됐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의 개발을 위탁할 목적으로 공동 연구소를 설립한 것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연구개발서비스업의 출범이다. 정부에서는 이 연구소가 자리 잡을 때까지 국책과제를 제공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는 국책 과제를 출연 연구소가 독점하던 것을 경쟁 체제로 가져가는 의미가 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상용화에 집중할 것이다. 이미 대학, 뇌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이 인공지능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기반기술 연구는 ETRI, KIST 등이 선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리 전문기업들과 대학, 그리고 출연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을 연계하고, 필요하다면 외국의 기술과 공개소프트웨어도 적극 활용할 것이다.이 연구소는 지금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학생들의 졸업 후 직장이 될 것이다. 그들이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좋은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 또 몇 년 후에는 정부가 하고 싶은 연구사업이 있다면 그 사업을 맡아 줄 수 있는 연구소가 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연구소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인공지능 연구환경은 매우 척박하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연구비도 외국의 경쟁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의 바이두 한 회사가 2014년에만 1조2600억원을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적은 지원으로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열 두 척의 배로 나라를 구했던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도전하고 있다. 하늘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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