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상시적 산업 구조조정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0702102351607002[1].jpg "[시론] 상시적 산업 구조조정 필요하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우리 경제가 일본형 장기불황보다도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불안감을 키운다. 지난 2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통계에 의하면, 우리 경제는 지난 2015년 4분기부터 연속 3분기에 걸쳐 0%대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계실질소득은 지난 2015년 4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가계실질지출도 3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계소득감소는 결국 생계형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잠재적인 금융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경제심리지수 역시 2013년 이래 계속 100을 훨씬 하회하면서 경기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가 지배적임을 보여준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동료패거리를 지키기 위하여 보여준 엽기행각은 이런 불황심리를 더욱 키우기에 충분했다.
가까스로 국회에서 통과된 추경예산의 내용도 자세히 살펴보면, 주력산업에서 국제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는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보다는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지속가능성이 전혀 없는 임기응변식의 억지일자리 예산과 민원형 돈 풀기가 대부분이어서, 우리경제의 앞날이 더욱 불안하다. 해법은 없는 것인가.
지금 우리경제가 당면한 불황을 포함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고 분명하다. 즉 문제인 한국경제불황의 본질적 원인을 정확히 규명한 후, 그 원인제거를 위한 직접적인 정책개입이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서, 민간경제주체들에게 분명하고도 일관성 있는 정책신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20개월 넘게 수출이 감소해온 가운데, 청년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또 가계부채 역시 통제불능상태에 가까워져 오고 있는 등, 오늘날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핵심은, 바로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이 국제경쟁력이 급속히 상실하고, 그 결과 전후방 연관산업에서의 고용감소와 소득감소, 소비감소의 악순환이 확대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불황의 원인이 우리 주력산업의 기술경쟁력 및 국제경쟁력 상실임이 분명해진 만큼,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은 우리의 주력산업과 미래산업에서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노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최근까지 우리경제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경제의 최대시장이자 경쟁국인 중국에 대해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우리산업이 일정한 비교우위를 유지하면서 상호보완적인 수직적 협력구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경제가 기술집약적 산업에서의 비교우위구조를 상실하면서, 중국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주요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을 급속히 잃고 있다. 중국에 대하여 절대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춘 전략제품과 산업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우리경제의 생존기반이 상실되는 만큼,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에서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노력이 불황극복을 정책노력의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에 이어, 조선산업을 포함한 부실산업에서 진행될 대규모 구조조정과정에서 해고노동자들의 불만무마를 위한 임기응변식의 실업대책만이 이어질 경우, 향후 부실산업 구조조정은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산업을 포함하여 전 산업에서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결과 발생하는 실업자들의 재취업교육과 재취업과정에서의 최저생계보장이 이루어지는 튼튼한 사회안전망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이 구축될 경우,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한 기업경쟁력제고도 동시에 가능하다.
우리경제의 명운이 걸린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청년들의 억지 일자리지원 등 일회성 복지예산이 전체예산의 32%를 차지하고, 산업정책예산은 오히려 감소하여 전체예산의 3.9%에 불과하다. 정부경제정책이 가닥을 올바로 잡아야한다. 지금 정부가 올인해야 할 대목은 상실해버린 우리산업의 경쟁력회복을 위한 산업정책 노력과, 상시적인 산업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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