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지도 반출, 국익이 우선이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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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칼럼] 지도 반출, 국익이 우선이다
김 승 룡 정보미디어부장


우리나라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 이전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일찍부터 국가 차원에서 지도 제작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조선 철종 때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부터 우리나라 지도 제작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흔히 지도 제작의 기술이 1890년대 서양에서 들어와서 현재의 지도들이 작성됐다고 하지만, 조선의 지도학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다고 한다.

대동여지도는 현존하는 전국지도 중 가장 큰 지도로 크기가 가로·세로 6.7×3.8m다. 대동여지도는 모눈을 그려 축척을 표시한 매우 정교한 지도였다. 조선을 침탈한 일제 총독부가 수탈을 위해 경부선 철도를 만들고자 전국을 측량해 5만분의1 지도를 만들었는데, 이를 대동여지도와 비교했더니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대동여지도는 청일전쟁·러일전쟁 당시에는 군사용으로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대동여지도는 현재 축적률로 보면 약 16만분의1 수준이라고 한다.

1866년 흥선대원군의 천주교도 학살에 대항해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침범하는 병인양요가 있어 났을 때, 대동여지도가 대원군에 전달됐다. 대원군은 "함부로 이런 걸 만들어 나라의 비밀이 외적에 누설되면 큰 일"이라며 지도 목판을 압수하고 김정호를 옥에 가뒀다고 한다. 조선 시대 지도는 단순 길 안내를 위한 게 아니라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때 아닌 대동여지도 얘기를 꺼내 든 것은 최근 공룡 기업 구글이 우리나라의 정밀 지도 데이터(축적률 5000:1)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부에 요청한 것 때문이다. 5000:1 정밀지도는 골목길이며, 어떤 가게 건물인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매우 정교한 지도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단 한 번도 정밀지도의 해외 반출을 허용한 적이 없다. 구글은 9년 전 우리 정부에 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안보 문제로 거부했다. 9년이 지나 올해 지도 해외반출 신청 절차가 생기자, 지난 6월 구글은 또다시 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했다. 현재 국내 구글 지도 서비스로는 자동차 길 찾기 기능 등이 제공되지 않아 이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구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게 구글이 지도 반출을 신청한 이유다. 지도 반출이 허용되면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많은 국내 공간정보 IT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고, 해외에 진출하기 쉬울 것이라고도 했다.

지도 반출을 놓고 '안보' 문제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산업 발전을 위해 허용해야 한다 등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섰지만, 대국민 조사결과 불허로 여론이 기울었다.

그러나 지난 8월24일 국토교통부,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7개 부처와 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협의체'는 뜬금없이 60일(휴일 제외) 연장 재심사 결정을 내렸다. 구글과 안보, 산업발전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추가 협의를 거쳐 반출 여부를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통상 압력이 작용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우리나라가 위치 데이터 반출을 제한해 구글이 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반출을 허용하라는 압박을 해왔다.

우리 정부가 미 정부의 통상 압력에 결정을 미룬 것이라면 매우 부끄러운 짓이다. 국익, 그리고 국민의 생명, 즉 안보가 산업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다. 구글은 위성지도인 구글어스에서 우리나라 안보시설을 삭제하면 지도반출을 허용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구글은 지도 반출을 요청하기 전에 합당한 국가보안 조치를 따라야 한다. 구글이 우리나라 지도 서비스를 원한다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고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면 될 일이다. 끝까지 이를 거부하고 반출을 요구하는 것은 조세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국내 서버를 두면 고정사업장으로 돼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한다. 구글은 국내에서 한 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지만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도 반출 재심사에 앞서 무엇이 국익에 합당한 것인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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