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 깎아먹기 출혈경쟁" 비난
최장 50년·80%까지 할인 공세
콘텐츠 가치하락 역효과 우려에
중소 영세 사업자 위축 불가피
최장 50년·80%까지 할인 공세
콘텐츠 가치하락 역효과 우려에
중소 영세 사업자 위축 불가피
전자책 업계가 도서판매 할인율 하한을 강제하는 '도서정가제' 시행 여파로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전자책 장기대여 사업이 대형 전자책 유통 플랫폼사 중심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장기대여 사업이 전자책 시장에 '제 살 깎아 먹기' 출혈경쟁을 유발해, 중소 영세 사업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2012년 전자책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고, 2014년 할인(가격할인＋간접할인) 범위를 기존 정가의 20% 이내에서 15% 이내로 조정(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안 수정안)하면서, 주요 전자책 유통 플랫폼사들이 장기 대여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정부가 가격경쟁 심화로 인한 출판유통질서 혼란을 방지하고 동네 영세 서점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출판사의 상업용 간행물에 판매가를 표시하도록 하고, 판매자는 표시된 가격(할인 하한 강제)으로 도서를 판매하도록 한 것이다. 이 규제 시행 이후 국내 전자책 시장 성장률은 2년 연속 반토막(2011년 37.1%, 2012년 18.9%, 2013년 9.7%, 2014년 10.9%)이 났다.
이런 가운데 예스24, 교보문고, 인터파크, 알라딘, 리디북스 등 대형 플랫폼 업체 5곳은 대여기간 최장 50년, 할인율 최대 80%대에 달하는 장기대여 사업으로 전자책 사업의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예스24는 정가대비 30~50% 할인한 가격으로 대여 중이다. 이 회사의 경우, 전체 전자책 판매 중 장기대여 판매가 20%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한 상태다. 또 알라딘은 신간과 베스트셀러 전자책의 경우 10년 대여 시 최대 83%, 리디북스는 3년 대여 시 70% 할인을 진행 중이다. 인터파크와 교보문고가 장기대여 서비스를 통해 정가 대비 50~60% 할인해 전자책을 대여 중이다.
특히 이 사업자들은 작년 말부터 10년, 50년 단위로 대여 기간을 대폭 늘려왔고, 올해부터는 장기대여 특집 페이지 등을 별도 개설하는 등 장기대여 사업 경쟁이 본격화했다.
대형 전자책 유통 플랫폼사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고 결제가 불편하다는 전자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때문에 전자책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이들이 굉장히 많다"며 "이들에게 전자책을 써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장기대여가 전자책의 콘텐츠 가치를 하락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소 전자책 업체 관계자는 "장기대여가 전자책 헐값판매 구조를 고착화하고, 이로 인해 전자책의 가치도 소비자 인식 속에서 '덤핑'이 될 것"이라며 "대형 사업자들은 장기대여라는 쉬운 길로 도서정가제를 우회할 것이 아니라, 전자책의 콘텐츠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자구책을 모색해야 한다. 가격적 접근이 아니라 타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독자들이 여가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하는 등 발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대여 사업이 자금력 있는 대형 플랫폼사만의 '리그'로 굳어지는 양상이라, 중소 사업자들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대여는 곧 박리다매 전략으로, 중소 사업자들이 취하기는 어려운 전략"이라며 "동네 서점 살리자고 만든 도서정가제가 장기대여라는 꼼수판매 행태를 낳았고 이로 인해 중소 전자책 유통 사업자의 입지가 좁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수연·정채희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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