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높인 일체형 원자로기술
연구자 36명에 30개월간 교육
2018년까지 공동 설계·수출
"'원자력 공여국' 위상 다져"
연구자 36명에 30개월간 교육
2018년까지 공동 설계·수출
"'원자력 공여국' 위상 다져"
#1. 1986년 12월 대전 원자력연구소 본관동. 우리나라 원자력 분야 마지막 과제인 '원전 계통설계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사로 파견을 가는 연구자 40명이 하나둘 모였다. 연구자들 앞에서 한필순 원자력연 소장은 "원자력 기술 독립국이 되려면 기필코 이번에 원자로 계통설계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필(必) 설계기술 자립'이라고 쓰인 액자를 들고 함께 만세삼창을 외쳤다. 막중한 사명을 받은 연구자들은 밤을 새며 설계기술을 배운 끝에 영광 3, 4호기의 설계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렇게 키워낸 200여 명의 연구자는 국내 최초의 한국표준형원전인 울진 3, 4호기를 단독 설계, '원자력 기술자립'의 토대를 만들었다.
#2. 그로부터 정확히 30년이 흐른 올해 7월 한국원자력연구원 본관동. 사우디아라비아 연구자 36명이 30개월간의 교육훈련을 받기 위해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사우디 수출을 추진하는 소형원전 '스마트(SMART)' 상세설계 기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파견된 사우디 인력들이다.
스마트는 원자로 계통을 이루는 주요 기기들을 압력용기 안에 모두 설치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세계 최초의 일체형 소형 원자로다. 원자력연은 1997년 개발에 착수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아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18년 만에 상용화에 성공, 수출까지 성사시켰다. 대형 원전 1기의 10분의 1 수준인 100㎿급 소형 원전으로, 전력 생산뿐 아니라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공정열 공급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원자로다. 대형 원전을 짓기에 경제력이 부족하거나 국가 전체 전력망 크기가 작은 나라에 적합하다.
◇수출에 더해 사우디 원자력 인재까지 양성=한국과 사우디는 지난해 3월 '한-사우디 스마트 파트너십 구축 및 원자력 인력양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양국이 공동으로 스마트를 설계해 사우디 현지에 2기를 건설한 후, 추가 건설이나 제3국 수출을 타진하는 것이다.
파트너십의 첫 단계로 지난해 9월 원자력연과 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청(K.A.CARE)은 '스마트 건설 전 설계(PPE) 협약'을 맺고 3개월 후인 지난해 12월부터 2018년까지 PPE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사우디 원자력 인력 양성도 협약의 중요한 축이다. 사우디는 스마트 건설 파트너십 체결 당시부터 인력 양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인력양성을 사우디 내 스마트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 준비단계로 설정하고, 스마트 설계는 물론 사우디 원전 건설과 운영에 핵심 역할을 할 전문인력을 키우게 된다.
◇원자력 기초부터 원자로 설계까지 전수=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청 소속 연구인력들은 7월부터 오는 2018년 11월까지 30개월간 원자력연 원자력교육센터에서 본격적인 현장형 실습과 이론 교육을 받는다. 교육 과정은 △원자력공학 기초교육(1단계) △스마트 원자로 설계 기초교육(2단계) △스마트 원자로 설계 실습교육(3단계) △스마트 원자로 설계 참여교육(4단계) 등 총 4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원자력 정책을 비롯해 원자로 물리, 원자력발전소 시스템 및 설계, 원자력 안전 등에 대한 기초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 원자력 R&D, 핵연료, 안전규제, 건설·운영 등을 맡는 국내 기관과 산업체도 방문한다.
이어 오는 12월까지 3개월간 본격적인 스마트 원자로 설계 기초기술교육(기술 CRT)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 연구인력은 노심설계, 기계설계, 안전해석 등 8개 설계그룹으로 나눠 각 분야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후 원자로 설계를 위해 협력하게 된다. 이를 마치면 스마트 설계기술을 배우는 실습교육(OJT)에 이어 참여교육(OJP)을 각각 6개월간 받아 스마트 시스템 설계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특히 스마트 원자로를 축소한 '스마트 종합효과시험장치(SMART-ITL)' 등 첨단 연구시설에서 실질적인 기술을 습득하고, 스마트 제어실을 모사한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실제 원자로 운전 상황과 유사한 조건에서 스마트를 제어·보호·감시하는 방법도 배운다. 교육훈련 후 성적이 우수한 이들은 KAIST, 국제원자력대학원(KINGS) 등 국내 대학원 석사과정 입학 기회도 제공한다.
원자력연은 원자력공학의 기초부터 원자로 설계까지 교육·훈련하는 '스마트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브랜드화해 사우디 같은 나라를 대상으로 수출 교육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지성균 원자력연 스마트개발본부 연구위원은 "사우디 연구인력 양성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원자력 공여국'의 역할과 위상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시킨 사우디 연구자들은 앞으로 양국 간 원자력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는 스마트 건설 부지선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부지가 확정되면 2018년까지 첫 호기 건설 발주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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