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해독에 이어 '유전자 편집'의 시대를 열 유전자가위 기술 주도권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한 가운데 관련 규제를 푸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바이오경제포럼에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유전자가위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예고하고 있고, 지금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기회"라며 "이를 위해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2013년 개발된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RISPR)는 생명체의 DNA를 잘라 교정하는 기술로, 암 등 난치병을 치료하고 외부 유전자 도입 없이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개발하는 등 과거에 없던 산업과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개정된 생명윤리법은 유전자가위 물질을 환자 체내에 전달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고, 암·에이즈·유전질환 등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환에 국한해 연구를 허용한다. 김 단장은 유전자가위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넓은데 법에서 허용한 연구분야는 극히 좁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 국가는 임상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데 한국은 생명윤리법으로 이중규제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단장은 생명윤리법이 인간 배아와 태아의 유전자 교정 연구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데, 국제 사회가 연구를 오히려 장려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기술 축적을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상장 기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단장이 1999년 창업한 생명공학회사 툴젠은 UC버클리, MIT와 함께 지난 2012년 유전자가위 기술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UC버클리와 MIT로부터 각각 특허실시권을 확보한 미국 인텔리아와 에디타스는 나스닥에 상장됐지만 툴젠은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 심사에서 두 번이나 낙방했다. 툴젠의 특허가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김 단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원천기술은 특허등록까지 때로는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과 2013년 이후 후속 특허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의 결정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럼에 참석한 황의수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유전자가위 기술의 체내 치료 허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히며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장은 "유전자가위 기술은 미국, 유럽도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이고 우리도 고민이 많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평가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한국과총 차기 회장)은 "중요한 부분에서 발목이 묶이면 정부가 말하는 신성장 동력은 찾을 수 없다"며 "상황에 맞춰 적절히 규제를 열어야 각 분야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주요 국가별 유전자 치료 허용기준(출처 보건복지부)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9회 국회바이오경제포럼'에서 유전자가위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