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조작 악용땐 '속수무책'
내비·블랙박스 정보 유출도
보안업계 발빠른 대응 나서
<하> '자살폭탄 테러'와 '인류의 도우미' 사이
내비·블랙박스 정보 유출도
보안업계 발빠른 대응 나서
<하> '자살폭탄 테러'와 '인류의 도우미' 사이
■ `IT 총아` 자동차, 해커가 노린다
(하) '자살폭탄 테러'와 '인류의 도우미' 사이
#구글이 2012년 첫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영상을 공개했을 때 운전석에 앉아있던 이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는 '인류의 도우미'로서 역할을 다할 것처럼 보였다. 반면 IT의 총아가 된 자동차는 일면에선 자살폭탄 테러에 악용될 우려 역시 높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당나귀가 끄는 수레에 폭탄을 실어 공격 목표에 돌진시키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자율주행차 또한 이러한 목적에 이용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기능이 적용된 차량은 자살폭탄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스마트 카'는 차선이탈경보장치(LDWS)와 자동급제동시스템(AEB) 등 비정상적인 주행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고, 여기에 기계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더하면 어딘가에 충돌하거나 사람을 공격하는 등의 악의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킹을 통해 이를 조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얼마든지 나쁜 용도로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자동차 내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를 이용할 경우 사생활 침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한 순간에 '인류의 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인텔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하루에 4000GB 가량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이른바 '미니 데이터센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해킹을 통해 조작을 시도할 경우 시스템 내 충돌에 따른 2차 사고도 우려된다.
실제 현재까지 자동차 모의해킹대회를 통해 화이트해커들이 보여 준 시연을 보면, 천장의 선루프를 임의로 열거나 와이퍼를 조작하는 것은 물론, 시동을 꺼버리거나 핸들을 틀어버리는 등의 조작이나 전자식 계기판의 정보를 지워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차량이 어느 지역을 지나갔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운전자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알아낼 수 있다.
이에 자동차 업계와 정보보안 업계도 발 빠른 대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만텍, 펜타시큐리티 등 국내외 주요 보안업체들은 전용 방화벽 등 스마트 카 관련 솔루션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시스코와 협업하고 있고 볼보, BMW, 혼다, 테슬라 등 다른 자동차 제조사도 보안 관련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국제적인 기술 표준이나 기준에 대한 마련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제연합(UN)은 자율주행차에 사용하는 통신 규격을 국제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미국 정부도 독자적인 기준을 마련 중이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보안 업계에선 직접적으로 자동차 관련 실험을 하기 어려운 여건이고, 자동차 관련 분야에선 보안 취약점을 지적하고 수정하기가 어려운 풍토"라고 지적했다.
이재운기자 j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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