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시론] `포켓몬 고` 신드롬의 핵심](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3002102351607001[1].jpg "[시론] `포켓몬 고` 신드롬의 핵심")
포켓몬 고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7월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시된 포켓몬 고는 불과 일주일만에 750만명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포켓몬 GO라는 이름으로 위치 정보와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이 게임은 사용자의 현실 공간 위치에 따라 모바일 기기 상에 출현하는 가상의 포켓몬을 포획하고 훈련시켜, 경기를 하고 거래도 할 수 있다. 그간의 게임이 비슷한 성격의 그만그만한 수준의 게임이었다면 포켓몬 고는 이미 존재하던 증강현실 기술을 게임에 접목해 현실과 증강현실을 이어주는 새로운 게임환경을 창출한 발상의 전환이요 게임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것이라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포켓몬이 출현하는 장소나 거리에 운집하는 현상이 빚어져, 포켓몬 고의 인기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고 게임하면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위험 지역에 들어가 구조된 사례도 생기고 있다. 출시회사 나이앤틱은 인기에 힘입어 서비스를 적극 확대해 나가면서, 현재 총 36개 국가에서 이용되고 있다.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걷는 사람들이 늘었고,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정보를 교환하는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이들을 위한 거점도 마련됐다. 게임이라는 개인적 장르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운동으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안전이나 보안등 여러 걸림돌도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점에서 그 성공요인을 도출해 볼 수 있다.
첫째, 현실과 연계해 사용자의 참여를 극대화한 것이 적중했다. 기존의 게임이 게임이라는 틀에 사용자를 제한하여 자신만의 세상 속에 머물게 했던 것과 달리, 포켓몬 고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 보다 더 깊고 새로운 차원의 몰입도를 제공한다. 게임 속 캐릭터에 공감하는 수준을 넘어서 동화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구글 지도와 연계해 현실 속 장면에 몬스터를 숨겨놓고 사용자들은 자기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를 잡는 참여를 통해 사용자의 직접적 행동을 유도한 것이다. 사용자의 현실세계가 게임의 무대이고 게임의 공간이다. 역사적 유적이나 문화유산, 종교적 건물, 관광명소 등이 게임 안에서 사용자들이 찾아가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기존 게임에서 몰입돼 중독으로 이어져 현실을 등한시하는 부작용과는 달리 산체험을 통한 교육적 효과도 크다.
둘째, 기존의 게임과 달리 포켓몬 고를 하려면 사용자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게임이 폐쇄적 실내나 일정 공간에 게이머들을 제한해 폐인을 만드는 등 사회적 고립을 유도했다면, 포켓몬 고는 사람들을 밖에서 활동하게 하고 운동하게 했다. 기존 게임이 기기나 가상의 게이머와 플레이한다면 포켓폰 고는 실제 현실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고 상급 레벨에 도달하면 다른 사람들과 협업해 게임해야 한다. 서로 몰랐던 게이머들이 만나서 친해지고 친구가 되며 사회성을 향상시킨다. 기존 게임에서 게임중독으로 인해 자칫 사회적 고립을 초래했는데, 포켓몬 고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회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셋째, 직관적이고 쉬우면서도 발견적(휴리스틱) 게임방법이다. 포켓몬 고는 간략한 인터페이스 설명 외에 자세한 매뉴얼이 없다. 사용자들은 스스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법이나 숨은 팁을 발견해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참여하고 있다. 경험에 기반해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하거나 발견해 내는 방법인 휴리스틱(heuristic)이 포켓몬 고의 기본 방식이다. 다른 게임과는 달리 포켓몬 고의 수준 상승 방식은 얼마나 다양한 포켓몬을 얼마나 많이 포획했는지로 결정된다. 게임 플레이 어디에서도 요령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셈이다. 이같은 게임의 직관성과 단순성, 쉬운 경기방법은 게임을 시작하려는 사용자들의 초기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결국 포켓몬 고 열풍은 친숙하고 매력적인 포켓몬이라는 콘텐츠와 증강현실이라는 최적의 기술을 현실적 사용자 환경에 맞게 스마트폰의 대중적 플랫폼 위에 적절히 작동시킨 것이 성공의 핵심요인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과 콘텐츠의 절묘한 융합 위에 최적의 경험을 도출시키는 것이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같은 향후 디지털 서비스에 하나의 암시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몰입되는 가상현실보다 포켓몬 고같이 현실과 가상 중간 지점에 머물러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고선명텔리비전(UHDTV)에도 증강기술을 이용한 효과적 사용자 서비스를 생각할 수 있다. UHDTV의 진정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적 화소나 세정도만을 높이는 것 보다 어느 정도의 기술적 바탕위에 현실과 연계되는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이 효과적일 수 있다. 즉 물아일체, 무아지경, 황홀경 같은 환상적 체험을 주는 것 보다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통해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좋다. 게임과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포켓몬 고같이 증강현실과 현실세계를 이어주는 어떤 콘텐츠를 적절한 사용자환경을 통해 최적의 경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증강현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팬시한 공상이나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기 보다 인간이 실생활에서 겪는 경험들을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에 맞게 증가시키는 것이다. 증강현실든 가상현실이든 인간의 삶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포켓몬 고의 경우 포켓몬스터라는 친근한 캐릭터는 사용자들의 인식속에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사용자들은 구글글래스나 3D안경처럼 거추장스러운 가상현실기기들을 부착한 채 방에서 고립되어 지내도록 만들어진 로봇같은 존재가 아닌 본능적으로 사회성이 강한 주체적 존재이다. 현실을 느끼고 현실의 땅위에서 걸으며 뛰며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사용자 경험 없는 증강현실은 공허하고 사용자 현실이나 환경과 동떨어진 가상현실은 의미 없는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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