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 이화여자대 경영대학 교수
![[디지털산책] 다양성 사회 지향하는 `ITOPIA`](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30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다양성 사회 지향하는 `ITOPIA`")
8월 중순 북유럽의 사회 복지와 기업들의 경쟁력 원천 파악을 위해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를 다녀왔다. 워낙 뛰어난 사회복지와 높은 국민 소득으로 유명한 국가들이라, 양립하기 어려운 이 두 가지 이슈를 어떻게 동시에 달성하고 있는지 높은 궁금증으로 단숨에 달려가고 싶었다. 특히, IT 산업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던 바, 출발하기 전에는 단연코 핀란드가 그 대상의 중심이었다. 지난 6월 슈퍼셀이 중국 텐센트에 10조원에 매각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 되는 기업 창업자)을 비전으로 활발히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었다. 슈퍼셀과 로비오(게임 앵그리버드 기업)의 산실이었던 알토대학에서는 전세계 우수 대학들과 혁신과 창업에 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학생들이 이 네트워크 소속 대학에서 직접 수업도 받고, 국제적인 안목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을 할 수 있는 실무중심의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론만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 창업도 지원하고, 많은 벤처 창업자들와 네트워킹을 통하여 투자가 이뤄지도록 실무 지향적인 교육이 대학원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본인에게 더욱 인상적인 국가는 노르웨이였다. 노르웨이는 60년대 유전이 발굴된 이후, 북유럽의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부국으로 하루아침에 팔자가 바뀌었지만,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국가 운영이 상당히 철학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일단, 석유 매출액은 전부 국가 펀드로 적립돼 그 이자 수익으로 국가 사회 복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 주요 산유국 중에 가장 빈부 격차가 적게 나는 국가일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세 국가(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가 북유럽 지역 사회 복지의 귀감이 되고 있는 터, 북유럽 사회 복지의 핵심 철학인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이 이 지역에서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서 문화로, 정책으로, 더 나가 비전으로 까지 몸소 실천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10가지 정도의 내용이 담긴 얀테의 법칙은 한 마디로, 우리 모두 남들보다 특별하거나 더 낫지 않다는 사상이고, 이는 현 시대에 어떠한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사회에서 수용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사회의 다양성이란, 말 그대로 정말 다양해서, 성별, 나이별, 출신 국가별(혹은 인종별), 학력별, 적성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차원이 존재하고 있음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다.
본인이 방문했던 노르웨이의 선박 제조기업이 그 좋은 예이다. 이제는 한국과 중국의 규모의 경제 지향적인 선박 제조 기술에 뒤처져 다른 부가가가치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다양화하고 있는데, 구글의 무인자동차처럼 IT로 중무장되고 위성과의 교신을 통해 운항되는 무인선박 시스템을 차근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기업에서 고민하고 있는 바중 하나가 뜻밖에도, 어떻게 조선산업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을 높이는가라는 숙제였다. 조선 산업은 중장비 산업의 대표적인 영역이라, 당연히 전세계적으로 남성 중심의 작업, 프로세스, 문화를 지속하고 있다. 이 산업에서 여성의 참여와 승진을 촉진하려면 많은 육체적인 노동(블루칼러 작업)을 IT로 대체하여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센서 등의 기술로 사무실에서 처리할 수 있는 화이트 칼러 작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파악하고, 이러한 새로운 작업과 프로세스를 국제 표준으로 제정해 조선 프로세스 국제 표준 인증에 반영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보아왔던 IT 서비스의 지향점은 대부분 효율성이었다. 전략적 가치가 제시되곤 하지만 여전히 그 핵심에는 원가를 절감하고, 서비스의 속도를 높이고, (사람보다) 분석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배워 온 다양성 지향적 사회 가치를 실현하는데 IT가 어떠한 조력자(Enabler)가 될지 고민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최고의 사회복지 제도를 찾으면서 출발한 나의 여행은, 어쩌면 사회복지는 문화이며 삶의 철학의 연장일 것이라는, 그래서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다소 허탈감으로 종결되었지만, 우리나라에도 IT 서비스의 가치에 철학과 문화와 비전이 실리는, 즉, 얀테의 IT를 추구하는 새로운 차원의 IT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과 사회가 나타나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올해는 1516년 토마스 모어가 제시한 유토피아 탄생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어쩌면 IT가 고되고 지친 현대인의 삶에서 한 발자국 유토피아로 다가가는 조력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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