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숙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포럼] 여성R&D인력으로 기술 고도화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3002102251607001[1].jpg "[포럼] 여성R&D인력으로 기술 고도화해야")
"Why so few? Women in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은 2010년에 미국의 AAUW (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Women)이 발간한 보고서의 제목이다.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우리보다 한참 높은 미국이 이런 보고서를 내놓았을 때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국내 기업현장의 여성 R&D 인력 비중은 17.5%이다. 그 와중에 여성인력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훨씬 높다. 공학계열 인력만 살펴보면 반면 숫자는 더 낮아 국내 산업기술인력 중 여성의 비율은 8.8%로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영국 37.7%, 독일 26.7%, 프랑스 25.6% 등 여성연구원의 비중이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차기 R&D 인력이라 할 수 있는 전국의 공학계열 여대생 비율 또한 2015년 기준 17%로 인문 54.7%, 자연 44.1%, 사회 41.7%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형편이다.
정부가 다양한 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용시장의 냉기는 여전하다. 더욱이 취업난이라고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은 만성적인 연구개발(R&D)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중소기업 직종별 인력부족률 조사('15)에 따르면 무려 32%에 달하는 회사가 연구개발직의 인력난을 호소했다고 한다.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인력이 적재적소에 매치되고 있지 않음을 뜻한다.
이러한 상황의 유일한 해답은 여성인력의 활용이다. 특히 여성인력의 창의성과 정밀함, 세밀함 등은 연구개발직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는 최근 들어 창조적인 신제품 아이디어를 위해 여성인력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한 예로 트위터는 작년 애플 출신의 다양성 전문가를 영입해 전체 인력구성의 35%를 여성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 또한 세계시장 변화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여성 R&D 인력의 양성과 활용 확대가 시급하다.
제조업도 기술만으로 소비자를 매혹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의 감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여성 연구 인력의 참여 확대를 필요로 하며 여성인력은 향후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2018년이면 대한민국은 청소년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으로 초래될 우수 기술 인력의 부족을 대비할 가장 좋은 대안도 역시 여성인력의 활용 확대다.
여성인력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채용단계부터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인식과 이를 시정하려는 제도적 지원과 기업의 노력에서 시작돼야 한다. 2011년에 수행된 한 조사에 의하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의 60% 이상이 취업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도 여성을 기피하는 기업분위기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러한 여성기피 현상은 중소기업일수록 두드러진다. 흔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다양한 업무의 수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남성이 선호된다고 하나, 이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보인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고 취업한 여성들의 경력유지도 쉽지 않다. 특히 공학전공 여성의 취업률은 자연계열 여성보다 높으나, 경력단절률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각 기업에서의 경력단절원인에 대한 조사와 여성인력의 경력유지를 위한 지원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경력단절 이유는 근로조건(급여, 위치, 계약) 및 회사의 경영 악화 등의 이유가 가장 많았고, 결혼 및 육아관련 이유가 두 번째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서는 공학인으로서 또한 연구개발 인력으로써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근무 환경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무 조건이 조성돼야 한다.
여성공학인력의 증가는 여성 고용률 증가, 가계소득 확대, 중소기업 연구 인력난 해소, 나아가서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러나 여성인력 확대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부의 제도나 정책 마련도 필요하고 기업들이 여성공학인력 채용 및 활용을 위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여성들이 차별 없이 일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공학인력에 대한 인식전환, 근무 인프라 구축,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우수한 여성공학인력의 미취업과 경력단절 문제는 단지 여성들만이 노력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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