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132곳중 50% '간편결제'
대출·자산관리 서비스 증가세
기존 금융사 업무 대체 급진전
금융업 독과점 체제 무너져
플랫폼 영역 확대 경쟁 치열
대출·자산관리 서비스 증가세
기존 금융사 업무 대체 급진전
금융업 독과점 체제 무너져
플랫폼 영역 확대 경쟁 치열
■ 핀테크, 금융의 틀을 깨다
(상) 금융 본류로 부상
핀테크가 '간편결제' 중심의 단위 서비스를 넘어 금융의 본류로 부상하고 있다. 4대 은행이 일제히 손안의 모바일은행을 출시했고, 카드사 간 오프라인 상권과 연계한 O2O 플랫폼 경쟁도 치열하다. 또 로봇이 주식투자를 자문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가 하면, 핀테크 스타트업도 다양해져 금융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제 핀테크가 마케팅 차원의 단위 서비스를 넘어 금융의 본질을 움직이고 혁신하는 기간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9일 디지털타임스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록업체 132곳의 업황을 조사한 결과 결제, 송금, 인증 등 간편결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전체의 50%인 66곳으로 집계됐다. 간편결제가 여전히 핀테크 분류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나, 그간 금융회사 고유 업무로 여겨지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서비스도 적지 않게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고유의 업무로 여겨지는 대출 서비스(P2P 대출, 개인간금융)를 제공하는 곳은 총 21곳이었으며, 벤처캐피탈이나 증권사의 업무로 여겨지는 '투자자금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크라우드 펀딩 업체도 6곳으로 확인됐다. 은행이나 증권사의 고액 자산가 특화 서비스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핀테크 기술로 제공하는 업체는 총 19곳으로, 전체의 14.4%에 달했다.
그간 핀테크가 카드사나 결제업체 중심의 간편결제로 서비스 영역이 제한돼 왔다면, 이제 금융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은행 역시 모바일은행들을 잇따라 출범하면서 중금리 대출이나 자산관리서비스 등 핀테크 기술을 본격 접목하고 있다. 고정현 우리은행 플랫폼사업본부장은 "우리나라의 핀테크 도입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었다고 볼 수 있지만, 기반 IT인프라가 단단하다 보니 상당히 짧은 시간 내 그 격차를 줄일 수 있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나 P2P 대출처럼 중금리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가 등장하면서 시중은행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분석하고 중금리 상품을 적용할 차주 범위를 보다 확대해 금융소비자들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고 본부장은 "핀테크를 단순히 금융과 IT의 융합이라고 보는 금융인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핀테크는 기존 금융제도권의 틀을 깨고 보다 창조적인 혁신을 이뤄나갈 수 있는 새로운 출구이며, 이를 위해 기존 금융회사와 혁신적인 핀테크 스타트업(창업기업)의 협업이 합종연횡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장범식 숭실대 부총장(금융개혁위원장)는 "금융서비스업의 기능별 분해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종래 금융서비스를 핀테크가 기능별로 분해하면서 기존 금융회사의 업무 영역을 대체하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핀테크지원센터장)도 "금융업은 본래 인허가를 기반으로 한 독과점 성격을 띠게 마련인데, 핀테크 서비스의 등장으로 금융업의 독과점이 무너지는 형태를 최근 경험하고 있다"며 "기존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업체의 출현에 대해 독과점 고수 방식이 아닌, 정면 대결을 통해 서비스 경쟁을 함으로써 핀테크가 국내에서 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핀테크가 이미 지난 2000년부터 국내에서 자리를 잡은 형태라고 강조한다. 소위 '핀테크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 실시간 전자금융거래나 은행 간 금융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대체 금융서비스가 핀테크라는 이름으로 발달했을 뿐, 국내 금융환경은 이미 전체 금융거래의 90% 이상이 전자금융거래로 발생하는 이상 초기 핀테크 강국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홍필태 하나카드 미래사업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타행 간 송금서비스가 2일 이상 걸린다. 은행별 송금 시스템이 원할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카드사가 정보유출, 보안 사고의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고 부가가치 확보를 위해 이용자에게 복잡한 단계를 요구하지 않는 결제 방식이 등장하면서 나온 서비스가 바로 간편결제"라고 강조했다. 이어"앞으로 금융서비스는 창구나 고객접점의 단위서비스가 아닌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라며 "향후 금융회사간 경쟁 역이 금리나 대출 실적이 아니라 플랫폼 영역 확대에 관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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