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한정 등 반대 명분부족
병원들 새수익원 확보 가능
복지부와 시범사업 공동추진
600여곳 참여… 신청 더늘듯
병원들 새수익원 확보 가능
복지부와 시범사업 공동추진
600여곳 참여… 신청 더늘듯
의료계 반대로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해온 원격의료 도입이 드디어 물꼬를 텄다.
28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두 기관은 내달부터 시작하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동네 의원 의사가 주치의가 돼 고혈압, 당뇨병 환자를 관리하는 만성질환관리제에 인터넷,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환자 상태를 관리하는 원격의료의 한 종류인 '원격 모니터링'을 결합한 형태다.
복지부에 따르면 25일까지 총 600여 개 병원이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했으며, 의협 참여로 신청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해 의료계 참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의협은 앞으로 정부와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참여 의료기관 선정기준 마련과 시범사업 관리·운영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원격의료 행위가 포함된 시범사업에 의협이 동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의협은 환자 오진 위험성과 1차 의료기관 붕괴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 도입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정부는 2009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여러 차례 대규모 시범사업을 추진했지만, 의협 반대로 참여 기관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한 '스마트케어 서비스 시범사업'과 2014년부터 복지부가 추진 중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역시 의원급 의료기관 참여가 저조해 '반쪽짜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의료법 개정안은 18·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고, 지난 6월 20대 국회에 세 번째로 제출된 상황이다.
이번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화상 상담이 빠진 것을 제외하면 복지부가 진행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방식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대상 기관을 동네 의원으로 한정하고, 대면 진료를 대체하는 화상 진료나 전자 처방전 발행 등의 내용이 없어 의협이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오히려 병원들은 계획 수립과 점검, 평가는 물론 측정 정보 확인과 메시지 발송, 전화 상담 등에 대해 정해진 수가를 받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의협이 태도를 바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참여를 결정한 것은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엔 더 이상 명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ICT와 의료의 융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는 데 공감하고 있고, 원격의료의 효과나 안전성도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상황이다.
박동균 가천대병원 교수는 "대면 진료가 원격진료보다 더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료 취약지에 거주하는 환자, 직장생활이 바빠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다면 국민 전체 관점에서 효과가 있다"며 "원격의료 정책을 어느 방향으로 설정할지, 고령화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재원을 어디에 투자할 지 문제이지 원격의료 자체의 안전성을 논의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시범사업 참여로 그동안 정부 정책에 냉담했던 의협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 원격의료 도입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가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의협과 의료정책발전협의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보건의료정책 전반에 대해 협력적 관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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